증시가 미국과 중국 증시 상승에 힘입어 엿새 만에 올라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회복했다. 심리적 지지선인 1500선을 하루 만에 되찾아 투자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외부 악재에다 국내 자금시장 불안 등 내부 위험 요인까지 부각되는 상황이어서 낙관하기엔 이른 상황이란 지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내가 필요한 시기'라며 본격 반등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일단 1500선은 회복

25일 코스피지수는 5.2포인트(0.35%) 오른 1502.11로 장을 마쳤다. 지난 22일 1500선이 무너져 연중 저점을 새로 작성한 뒤 거래일 기준으로 하루 만에 1500선을 탈환,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상당히 덜어냈다는 평가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데 이어 이날 중국 증시가 사흘 만에 상승한 것도 1500선 회복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외국인이 닷새째 매도 공세를 이어간 데다 개인이 1000억원 넘는 순매도를 보이면서 지수가 장중 내내 1500선을 놓고 등락을 거듭해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음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이 작년 3월23일(2조9508억원) 이후 1년5개월 만에 3조원을 밑돌아 2조9102억원에 그치는 등 거래가 극히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힘든 시기를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용위기와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및 경기 둔화 우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부진,무역수지 적자 지속,자금시장 불안 등 내부 위험 요인도 부각되고 있어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미국 증시가 지난달 중순 이후 저점을 높여가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증시는 연중 저점을 새로 작성했다"며 "이는 내부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 투자로 수급 부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안전자산 선호는 은행채나 카드채,회사채 등의 신용스프레드(채권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채권의 투자매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주 삼성증권이 선착순으로 특별 판매한 연 8.08%(은행 예금금리 환산)짜리 3년 만기 신한카드채는 500억원의 한도가 일찌감치 동나버렸다. 동양종금증권이 판매 중인 연 6.28%짜리 삼성카드채 158일물이나 연 7.15%짜리 현대카드 1년352일물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신영증권도 이날 연 6.05~6.5%의 만기 6~9개월짜리 은행채(AAA급) 4종을 총 500억원 한도로 선착순 특별 판매에 나섰다.

정범식 삼성증권 PB채권파트장은 "최근 고금리 채권에 대한 거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 은행ㆍ카드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위험 자산인 주식에 비해 이들 채권의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채권 특판을 늘려 개인 자금을 유인하다 보니 주식시장의 수급은 더 빠듯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개인 주식 투자 대기자금 성격의 고객예탁금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5월20일 11조3892억원까지 불어났던 예탁금은 지난 21일 8조3533억원으로 3조359억원(26.6%) 급감했다. 지난 13일 이후 엿새째 감소세로 이달 들어서만 6885억원(7.6%) 줄었다.

장경영/서정환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