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본점이 무너져도 내 돈을 찾을 수 있을까. '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 회현동 본점의 붕괴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 훈련을 실시했다. 테러와 지진,파업으로 인한 업무 마비 등 모든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둔 이 훈련에는 이종휘 행장과 각 사업본부장,본점 31개 부서 직원 22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은행 본점의 기능이 완전 마비됐다는 통보를 받은 즉시 서울시 외곽에 마련된 대체 사업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1시간30분 안에 집합했다. 이곳은 유가증권거래,환딜링,외화송금,대출승인 등 본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본점과 똑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T센터.콜센터와 전산망이 연결된 것은 물론 심지어 본점 전화번호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리스크관리본부 안형덕 부장은 "대체 사업장은 국방부의 지하 벙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은행의 속성상 단 하루라도 업무가 중단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BCP(Business Continuity Plan.업무연속성 계획)로 이름 붙혀진 이 훈련은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붕괴된 9.11사태 이후 각국의 금융 당국이 어떠한 재난 및 위기 상황에서도 업무가 마비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강구하면서 국내에도 도입됐다.

서울 강남에 대체 사업장을 구축해 놓은 신한은행도 최근 우리은행과 유사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대체 사업장은 본점에서 1∼2시간 거리 내에 위치,신속하게 업무 연속성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다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9.11 당시 BCP를 갖춘 곳은 테러 발생 하루 뒤 곧바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면서 "대체 사업장 운용은 새로운 은행 자기자본 규제인 '바젤2'의 운용 리스크 승인과 관련한 금융감독원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