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급하게 하강할 경우 수출이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내 기업의 투자와 고용, 소비의 위축을 가중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의 비중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 중국경제에 얼마나 의존하나= 수치상으로 볼 때 한국의 대외거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상품수출(본선인도 기준)에서 중국의 비중은 지난해 22.3%로 동남아 18.4%, 유럽연합 16.3%, 미국 12.5%를 크게 앞섰다.

1998년에는 9.1%로 미국의 17.5%, 동남아 22.4%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이제는 미국 경제보다는 중국 경제가 한국의 수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수입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입물량에서 중국의 비중은 17.6%로 원유수입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동(19.5%)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이 곧바로 국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식료품 가격 상승은 국내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려 서민층에게 타격을 준다.

한국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중국 비중은 지난해 25.2%로 가장 높았다.

중국의 낮은 임금과 넓은 시장에 따른 것이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팀장은 "한.중 교역은 가공무역 성격이 강해 양국 관계 못지않게 세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중국의 경기 뿐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미국 등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경제 어느 정도 영향 받나= 중국 경기가 냉각되면 한국 경제는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중국 수출 전선에 차질이 생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중국 수출은 2.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는 투자위축을 불러오고 고용을 줄인다.

중국 수출로 발생한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5.1%, 고용유발 효과는 총 고용의 4.3%에 이른다.

특히 한국의 중국 수출은 특정 품목이 주도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무역 흑자는 화학(150억4천만달러)과 전기전자(80억3천만달러) 등 2개 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KIEP의 정형곤 연구위원은 "대중 무역 흑자를 내는 산업이 다양하지 않고 일부 품목에만 집중돼 있어 중국의 경기나 내수위축 등에 따라 주력 품목인 전기전자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위축은 세계경제 둔화로 이어져 한국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가 3%대 성장을 유지한 것은 중국의 높은 성장률과 중국산 제품의 낮은 가격에 힘입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 선진국 경제까지 악화시킬 수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이 0%대에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중국 의존도 낮춰야" =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중국경제의 부침에 따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수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출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수를 강화하려면 고소득층-저소득층, 대기업-중소기업간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용수 한국은행 아주경제팀장은 "유럽 경제가 미국보다 대외적 변수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것은 양극화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한국경제가 건강해지려면 양극화 문제의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황기는 후발주자를 따돌릴 수 있는 호기이므로 기업은 충분한 여유역량의 확보를 통해 공격경영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쟁기업이 주춤하는 사이에 공격적인 사업전략을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가격 하락은 이 나라 내부에서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실제로 현재 롯데그룹, SKT, 포스코,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대형 쇼핑몰, 테마파크 등 다양한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조재영 이준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