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여자핸드볼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끝까지 투혼을 불사르며 금메달 만큼이나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여자핸드볼 3-4위 결정전에서 헝가리를 33-28, 5점 차로 꺾었다.

1984년부터 7회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여자핸드볼은 이로써 금 2, 은 3, 동메달 1개를 따내며 '메달 효자종목'으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이틀 전 노르웨이와 준결승에서 상대의 종료 직전 석연찮은 득점으로 28-29로 무릎을 꿇었던 한국은 아쉬움과 실망이 컸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반에는 경기 흐름이 파도를 탔다.

안정화(대구시청)의 속공으로 선제골을 넣은 한국은 몸이 무거운 듯 수비에서 계속 빈틈을 보이고 패스범실을 연발하며 전반 6분 만에 2-6, 4점 차까지 뒤졌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여긴 임영철 감독은 곧바로 작전시간을 불렀다.

특별한 작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한국은 4분 동안 박정희와 김온아, 문필희(이상 벽산건설)가 5골을 연달아 넣으며 7-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최임정(오르후스)의 외곽포와 홍정호(오므론)의 7m 던지기가 성공하며 점수를 벌렸고 김차연(히포방크)이 전반 13분 2분 퇴장을 당했는데도 공격의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전반 16분 문필희의 외곽 슈팅이 골 네트를 가를 때 11-8, 3점 차까지 앞섰다.

긴장이 풀렸는지 한국은 이후 실수를 연발했다.

안정화와 문필희의 슈팅이 계속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헝가리는 금세 따라와 전세를 뒤집었고 전반 종료 버저가 울렸을 때 한국은 13-15, 2점 차로 뒤져 있었다.

후반 들어 한국은 힘을 냈다.

김차연과 박정희가 왼쪽 측면에서 연속으로 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9분에는 문필희의 외곽포가 골문 상단 구석에 꽂히며 19-18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한 골씩을 주고받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한국이 한 골을 넣어 앞서가면 헝가리고 곧바로 따라붙어 동점을 만들며 따라왔다.

메달을 반드시 걸겠다는 양팀의 투지는 10분 이상 이어졌다.

후반 19분 한국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6-26 동점에서 문필희의 외곽포와 박정희의 측면 슈팅이 연달아 실패한 것. 역전을 당할 뻔했지만 수문장 이민희(용인시청)가 상대 슈팅 2개를 연달아 막아냈다.

승부의 추가 한국 쪽으로 기운 것은 27-27이던 후반 23분이었다.

상대 선수 2명이 연달아 2분 퇴장을 당한 사이 한국은 홍정호의 7m 던지기에 이은 이민희의 선방, 안정화와 박정희의 측면 슈팅으로 30-27, 3점 차로 점수를 벌렸다.

남은 시간은 4분. 헝가리는 작전 시간을 불렀지만 한국의 기세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조급한 헝가리의 패스 미스를 틈 타 문필희는 외곽포를 뿜어냈고, 박정희는 측면을 뚫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한국은 32-27, 5점 차로 앞서며 승리를 확신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모두 코트로 몰려나와 '강강수월래' 세리머니를 펼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베이징=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