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기나긴 조정을 거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금리와 환율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해 투자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돈을 불려줘야 할 펀드와 아파트는 오히려 원금을 까먹고 있고 대출이자와 해외 송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엎치고 덮친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 해법이 있을까. 한국경제신문 머니&인베스팅팀은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20명과 건설사 대표들을 비롯한 부동산 전문가 20명,총 40명에게 그 해답을 들어봤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넙시다. '

은행.보험.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주식투자 전략에서는 눈 높이를 낮게 가져가고 작은 수익이라고 챙길 것을 권했다. 코스피지수가 미국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 전략도 안정적으로 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제신문 머니&인베스팅팀이 금융업계 CEO 2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재테크 전략'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반기 코스피지수 최고치를 1800선 전후로 보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유망업종으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 수혜를 입을 IT(정보기술).자동차나 필수소비재.제약.유틸리티와 같은 경기방어 업종이 꼽혔다. 유망펀드도 공격적인 성장형펀드보다는 가치주나 배당주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했다.

◆주식시장은 흐린 후 갬

코스피지수가 1500선이 깨진 상황에서 CEO들의 증시 전망도 크게 밝은 편이 아니었다.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제시한 18명의 CEO 중 9명(50%)이 최고치를 1800~1900으로 예상했다. 현재 지수보다 20%가량 높은 수준으로 올초 지수(1853)와 비교하면 겨우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이다.

나머지 중 8명(44%)의 CEO들은 이보다 낮은 1700~1800으로 예상했고 한 보험사 CEO는 가장 낮은 1650까지 전망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국내외 신용경색과 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등이 증시에 꾸준히 부담이 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의 반등이 있더라도 상반기 고점(1888)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업종에서는 지난해 증시를 주도한 조선 철강 등 중국관련주는 자취를 감췄고 IT.자동차나 경기방어주가 주로 꼽혔다. 복수 추천을 받은 결과 9명과 8명의 CEO들이 각각 자동차와 IT를 유망업종으로 선정했다. 이들 업종은 원화 약세의 수혜주인데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7명의 CEO들은 필수소비재를 꼽았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을 감안해 항공주를 유망업종으로 꼽은 CEO도 2명이 있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처럼 상반기 급락한 상태에서 유가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만큼 주가도 재평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펀드도 가치주.배당주펀드 유망

국내 유망펀드에서도 시황관이 그대로 드러났다. CEO별로 구체적인 펀드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형보다는 가치주펀드나 배당주펀드들이 주로 추천을 받았다. 20명의 응답자 중 가치.배당주펀드를 추천한 응답자가 14명(70%)에 달했다.

개별 펀드에서는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형나 SH탑스밸류주식형,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삼성배당장기주식형 등이 각각 유망펀드로 꼽혔다. 이 밖에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공학펀드나 ELF(주가연계펀드)에 대한 추천도 각각 1명씩 있었다. 은행권의 한 CEO만 국내 성장형을 꼽았으며 증권사 한 CEO는 성장형과 가치형에 일정 비율로 나눠 투자할 것을 권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채권형펀드에도 일정 비중을 투자할 만하다고 응답했다. 신 행장은 "추가 금리 인상의 여지는 있지만 현 금리의 절대 수준을 감안할 때 채권형펀드의 가입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답했다.

해외펀드에서는 여전히 이머징마켓펀드가 주를 이뤘다. 응답자의 60%인 12명이 이머징마켓펀드를 유망펀드로 꼽았다. 올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반토막난 데다 중국이나 인도 등 브릭스국가의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는 아직 유효한 만큼 중장기투자자라면 투자 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이머징다이나믹주식형이나 미래에셋브릭스업종대표주식형,미래에셋이머징포커스30,봉쥬르브릭스플러스,슈로더브릭스 등이 꼽혔다. 이머징마켓 개별증시에 투자하는 단일국가펀드보다는 개별국가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펀드가 주로 추천됐다. 하지만 일부 CEO들은 이머징 증시 불안을 감안해 선진국 펀드쪽으로 눈을 돌릴 것을 권하기도 했다. 3명(15%)이 이같이 응답했다. G7우량기업주식이나 삼성글로벌주식종류형 등이다.

기타(5명)에는 해외 물펀드나 헬스케어, 상품, 월스트리트펀드 등이 있었다. 보험업계 CEO 2명이 물펀드를 공통적으로 추천해 관심을 끌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