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올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순매도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가 개방된 1992년 이후 누적 순매수 금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여전히 30.17%(20일 기준)의 시가총액을 보유한 외국인은 지금까지 150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9조1200억원을 기록,처음으로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에서 사들인 금액보다 팔아치운 금액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 개방 이후 2004년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1조원,코스닥시장에서 6조원 등 총 67조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 대세상승 국면에 진입한 2005년부터는 4년째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지난 4년간 유가증권시장(-75조원)과 코스닥시장(-1조원)에서 총 76조원어치를 순수히 팔아치웠다. 올 들어서만 두 시장을 합쳐 31조910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은 증시 개방 이후 국내 증시에서 150조원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대신증권이 외국인의 연도별 순매수ㆍ순매도 금액과 주가 수준을 계산해 추정한 외국인들의 평가차익은 전날 기준 125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외국인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을 2%로 가정할 경우 2000년 이후 8년간 24조원의 배당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올 들어선 주가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을 공매도를 통한 차익으로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안승원 UBS 전무는 "미국 신용경색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외국인은 팔 기회만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머징마켓의 외국인 시총 비중 평균이 25~2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매도강도는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