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22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숙명의 대결'을 벌인다. 예선 풀리그에서 7전 전승을 거둬 1위로 준결승에 오른 한국과 4위(4승3패)로 막차를 탄 일본은 준결승에서 반드시 상대를 무너뜨려 아시아 최강으로 공인받고 결승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6일 풀리그 4차전에서 선발 투수 김광현(20·SK)의 호투,이대호(26·롯데)의 동점 투런포,특유의 기동력으로 일본에 5-3 승리를 거뒀다. 기본기가 최강이라는 일본을 상대로 기습번트 도루 등으로 실책을 유도해 결승득점을 뽑으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반면 일본은 20일 미국과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치기 끝에 패해 4위로 풀리그를 마쳤다. 껄끄러운 쿠바 대신 만만하게 여기는 한국을 준결승 대결 상대로 택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대표팀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역대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땄던 일본은 프로 최고 스타들을 앞세워 네 번째 도전에서는 기필코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포수 출신으로 두산을 이끌고 있는 김경문 감독과 명투수 출신으로 주니치와 한신 감독 시절 두 차례나 팀을 센트럴리그 정상에 올려 놓은 호시노 센이치 감독 간 지략 대결도 흥미롭게 전개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마지막 고비인 일본전에서 필승,풀리그 전승팀의 자존심을 살려가겠다는 생각이고 자신의 투수 교체 실수로 한국에 한 차례 카운터 펀치를 얻어 맞은 호시노 감독은 한국보다 60년 가까이 앞선 일본 야구의 명예를 걸고 두 번 연속 지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맞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1∼2점차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의 공통점은 투수진이 강한 반면,타선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어느 팀이 타격 집중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본선 풀리그 7경기에서 일본의 팀 평균자책점은 1.60으로 참가 8개국 중 가장 낮다. 피안타 개수(35개)나 실점(14점)이 가장 적고 홈런도 16일 이대호에게 얻어맞은 2점포 말고는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도 비슷하다. 팀 방어율은 2.81로 8개국 중 5위 수준이지만 한기주(19.31)와 봉중근(8.31)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1∼2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방망이는 한국 쪽이 조금 더 세다. 한국 팀 타율은 0.286(241타수 69안타)이고,일본은 0.242(227타수 55안타)에 불과하다.

일본은 1∼5번 타자는 그런대로 안타를 쳐내고 있지만 하위타선이 팀 타율을 깎아내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가 빠진 게 문제다. 1∼3번 타자는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4번 이승엽(요미우리)이 부진에 빠져 있고 5번을 쳐야 할 김동주(두산)는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출전이 들쭉날쭉하다. 김경문 감독의 기대가 이승엽과 김동주에게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때려내며 거포의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에 김 감독도 이들이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승엽은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때릴 수 있는 선수다. 김동주도 준결승전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