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당과 대통령은 국민을 위하여"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간의 20일 청와대 만찬은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한 당과 청와대간 단합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과 집단 만찬을 갖기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으로, 박희태 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비롯해 당직자 18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여야간 원구성 합의로 국회 정상화가 예고된 데다, 이 대통령이 공기업 선진화를 필두로 본격적인 `개혁.정책 드라이브'을 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이날 만찬은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실제 이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정책을 자신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서의 의제를 선점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한나라당 역시 집권 여당으로서 산적한 민생.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이날 만찬은 당청간 국정운영의 모멘텀을 살려가는데 각각의 역량을 북돋는 동시에 당청간 대선 승리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며 공고한 단합과 화합을 다시 한번 결의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당청간 `하나된' 목소리 내기에는 박희태 대표가 선봉에 섰다.

박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 계절은 엄동설한이 지나고 상서로운 봄이 됐다"며 국정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손에 손을 잡고 힘찬 출발의 계기가 되자"고 당부했다.

또 "당과 청와대는 공동운명체"라고 전제한 뒤 "당은 대통령을 위하여, 대통령은 당을 위하여, 당과 대통령은 국민을 위하여"라고 외치는 것으로 `당청 화합'의 건배를 제의했다.

이 대통령도 "박 대표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했다"며 적극 호응했다.

그동안 당청 엇박자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 상황에서 당청간 새 각오를 다지게 된데 대해 고무된 분위기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렇게 든든한 백이 있는데 내가 뭘 걱정하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여당이다.

국민 기대에 힘입어 어떤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몸가짐을 추스렸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여러분이 민심을 읽고 전해주시면 충실히 받들어 함께 하겠다"며 당에 한껏 힘을 실어주면서 "모두 단합하고 화합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힘을 모으자"고 주문했다.

건배사에 나선 정몽준 최고위원은 "한 집안이 부흥하려면 1∼2세대가 걸리지만 한 국가가 부흥하려면 10년이 걸린다"며 "한나라당이 힘을 합쳐 10년 안에 새로운 국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재창 전국위원회 의장은 "올림픽 승전보와 같이 힘을 합쳐 국정을 성공시키자"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만찬은 중식에 복분자 와인을 곁들여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본격적인 만찬 전부터 분위기가 고조돼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고 `화합 폭탄주'가 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을지연습 기간이라 술을 못해 미안하다"며 자제해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최대한 간소화된 만찬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오늘 만찬은 긴 터널을 지나 서로 만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며 "특별한 유머가 없어도 기분이 좋았으며, 서로 반가움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분위기를 소개했다.

만찬을 끝내면서 이 대통령도 참석자들을 `식구'라고 표현하면서 "여러 좋은 말씀과 격려를 가슴깊이 새겼다"며 "평소 국무회의할 때 이런 감동이 없었는데 참 좋다. 앞으로 제가 힘이 빠질 때, 동지들의 격려가 필요할 때 자리를 함께 하도록 하겠다"며 가감없이 애정을 표시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 안경률 사무총장, 이재창 의장 등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면서 주로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는 베이징올림픽을 화제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요즘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태극전사들을 치하하면서 "메달과 상관없이 국민이 사기를 북돋워주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장미란 선수 등을 언급하면서 "어렵더라도 희망을 가지면 보람있게 살 수 있고, 아무리 좋아도 희망이 없으면 불안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만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전달하면서 향후 성공적 국정을 위한 건의도 아끼지 않았다.

안응모 국책자문위원장은 "지난 10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한 것은 우파가 오만방자했기 때문으로, 앞으로 우파는 좀 더 봉사정신에 투철해야 한다"며 성공후사의 봉사정신과 함께 법치와 질서를 강조했다.

장광근 서울시당 위원장은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에 많은 시련이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교통체계 개편으로 엄청난 역풍을 맞았지만 위기극복 리더십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도 그러한 능력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은 "요즘 한류가 유행인데 한류의 본질은 `다이내믹 코리아'이며, 대통령은 그 다이내믹의 대명사"라며 "과거 청계천 고가를 가위질할 때 국민은 감동을 느꼈으며, 앞으로도 그 모습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여당으로서 중심을 잡는데 한달이 걸렸다"면서 과거 야당 시절과 달라진 집권여당으로서의 자세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나도 요즘은 야당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며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참석자는 "그만큼 여당으로서의 자세를 잡기가 어려움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김범현 기자 humane@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