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년1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공세가 완화되는 추세여서 이 같은 '저(低) PER' 상황이 외국인의 증시 유턴을 불러들이는 촉매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세계적 증권정보제공업체인 톰슨IBES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한국 증시의 PER로 통용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코리아지수의 12개월 예상 PER는 이달 15일 기준 9.5배로 2006년 6월 말(9.2배) 이후 가장 낮다. 우리 증시의 PER는 지난해 7월 말 13.4배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를 보여 지난달엔 9.7배로 10배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 PER는 일본(14배) 미국(12.9배)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홍콩(14.3배) 싱가포르(12.7배) 중국(12.2배) 말레이시아(11.8배) 인도네시아(10.4배)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보다도 크게 낮다. 최근 주가가 많이 빠진 브라질(8.7배)과 러시아(6.4배) 정도만 우리보다 낮은 상황이다.

PER는 현 주가를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눠 산출한다. PER가 10배 이하라는 것은 매년 EPS 합산치가 현 주가보다 커지는 데에 10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주식투자에서 저가 메리트가 커졌다는 얘기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한국 PER는 2004년 하반기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왔다"며 "적립식펀드 확대 등으로 과거보다 수급사정이 탄탄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 PER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빠질 만큼 빠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현재의 저 PER는 외국인 매수세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IT(정보기술) 철강 자동차 화학 은행 등의 대표기업 PER가 해외 경쟁기업보다 낮아 주가 상승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10.1배)와 LG전자(9.2배)는 노키아(10.7배)에 못 미치고,현대자동차(8.3배)와 LG화학(7.5배)은 각각 혼다자동차(12.3배)와 다우케미칼(11.7배)보다 낮다. 포스코 역시 PER가 8배로 신일철(10.5배)에 뒤진다.

관건은 상반기에 좋았던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여부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요 기업들은 성장세가 가파른 이머징마켓에 기반을 두고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3분기에도 탄탄한 이익창출력을 보여주면 주가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선엽 연구원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이 동반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커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이익을 계속 증가시키는 데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