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전쟁을 계기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을 역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잘못 판단한게 아니냐는 논란이 미국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2001년 6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첫 부시-푸틴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푸틴의) 눈을 들여다봤고 영혼을 느꼈다"는 표현을 써가며 푸틴 총리를 칭찬했지만 실질적으로 푸틴 총리가 지배하는 러시아는 그루지야를 주저없이 무력으로 억눌러버렸기 때문이다.

데이너 페리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그루지야 전쟁 때문에 미-러 관계가 완전히 적대적으로 돌아서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 지도자들에 대해 분명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가 소식통들은 페리노 대변인의 이런 대답이 오히려 '눈에서 영혼을 느꼈다'는 부시 대통령의 2001년 발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푸틴을 텍사스주 크로퍼드의 개인 목장으로 초청하며 "그를 믿지 않는다면 초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푸틴과의 첫 정상회담 이후 "매우 건설적인 관계의 시작"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는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 문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나토 회원국 확대 문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같은 친 서방 구소련 위성국가 문제 등을 거치며 친밀하다기보다는 반목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페리노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과) 개인적 차원의 외교관계를 수립하려 애썼고, 그들과 기본적인 신뢰 수준을 확립함으로써 필요할 때 매우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리노 대변인은 현재의 미-러 관계에 대해 "긴장된 부분"이 있다며 "적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복잡하고 미묘하다'는게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푸틴의 눈을 들여다보니 'K', 'G', 'B' 세 글자를 볼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푸틴 총리가 구소련의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임을 빗대어 푸틴 총리에 대한 일종의 경계심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