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경험만 놓고 보면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올림픽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뛰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중국처럼 고속 성장하던 시절 열린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은 올림픽 효과를 등에 업고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팽창했다. 이후 10년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집값을 기준으로 올림픽 개최 이전 대비 대략 5배에서 8배까지 뛰었다.

1992년에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개최한 스페인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카탈루냐,안달루시아 지역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평균적으로 25%가량 급등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대비한 과잉 투자 후유증으로 경제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호주는 재정적자 탓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와중에도 부동산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및 경제전문가들 가운데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신뢰하는 이들은 조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그렇지만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을 다른 국가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7월 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158개에 긴급설문을 한 결과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점치는 기업이 41.4%에 달했다.

역대 올림픽과 달리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 폐막 이후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지금 중국의 상황이 이전 올림픽 때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 올림픽과 비교해보면 올림픽이 열렸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 초반의 경우 세계 경제의 유래없는 호황 덕분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확보돼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베이징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이 열렸다는 점에서 올림픽 이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다른 여느 때와는 다른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만만치 않게 많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