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수영의 기대주 정슬기(20·연세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14일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평영 200m 준결승에서 11위에 머무르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취재진에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뜬 정슬기는 공동취재구역 바깥에서 기다리던 우원기 대표팀 코치에게 기대서 다시 흐느꼈다.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수영 선수로는 두번째로 결승 진출을 넘어 메달까지 바라봤었기에 실망은 더욱 컸다.

문제는 배탈이었다.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지난 2일 저녁부터 정슬기는 설사를 하며 고열에 시달렸다. 도핑 때문에 약도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에 들어온 정슬기는 배탈 증세가 사라질 때까지 5일동안 적응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우원기 코치의 훈련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평영 200m 예선이 열리는 12일까지 열흘 정도 시간이 있어 약점인 초반 스피드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 10일 평영 100m 예선부터 조짐이 나빴다. 1분09초26으로 자신의 기록(1분09초09)도 줄이지 못하며 전체 49명 가운데 23위로 탈락했다. 이날 다른 선수들이 처음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자 당황했고 결국 자신의 최고 기록(2분24초67)에도 2초 이상 뒤지며 골인했다.

우원기 코치는 "2분22초대에 들어가 2분22초99의 아시아기록까지 깰 것으로 전망했는데 아쉽게 됐다. 막판 승부를 노렸지만 처음에 워낙 뒤지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