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發 채권시장 혼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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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자금조달 비상…회사채로 '불똥' 땐 기업도 타격
은행채가 채권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재원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매수세는 오히려 줄어 공급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은행채 금리가 크게 오르고 다른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올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은행들은 고정대출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어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채 스프레드 사상 최대
13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은행채 금리(AAA등급 평가 수익률 기준)는 전일보다 0.04%포인트 오른 7.05%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5일에 비해 0.17%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과 같은 연 5.76%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보다 은행채 금리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스프레드(금리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3년만기 국고채와 은행채 간 스프레드는 지난 2월 0.45%포인트에 불과했으나 이날 1.29%포인트로 확대됐다.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됐던 올초(1.14%포인트)는 물론 채권 시가평가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금리가 이처럼 오르는데도 은행채 거래량은 2주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김도영 한국채권평가 채권평가팀장은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좋은 국고채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은행채나 회사채 등에 대해서는 매수세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채를 발행하고 있다. 전날 하나은행은 연 7%의 금리로 3년만기 은행채 4000억원어치를,같은 날 신한은행은 연 6.9%의 금리로 2년 만기 은행채를 200억원가량 발행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6월 1년6개월 만기 은행채를 연 6.08%에 내놨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달 새 은행채 발행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단두연 한국투신운용 연구위원은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는 9월까지 은행채 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공시제 여파로 매수세 줄어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수요에 비해 은행채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예금만으로는 늘어나는 대출을 충당할 수 없어 은행채 발행과 같은 '시장성 수신'으로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22조원 이상의 은행채를 발행했고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은행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8월과 9월에만 10조원에 가까운 은행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은행채 물량이 이처럼 늘어나자 증권사 등 수요자들은 은행채 매입을 미루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은행채 발행계획을 미리 알리도록 공시제도가 변경됨에 따라 은행채 발행 물량을 쉽게 알 수 있게 돼 수요자들은 느긋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요자들은 은행채 발행물량이 늘어나면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해 은행채 매입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리가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영업환경 악화도 은행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은행권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은행채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은행채 금리 상승이 다른 쪽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채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경우 은행들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매수세가 위축돼 회사채 금리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인설/서정환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은행채가 채권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재원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매수세는 오히려 줄어 공급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은행채 금리가 크게 오르고 다른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올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은행들은 고정대출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어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채 스프레드 사상 최대
13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은행채 금리(AAA등급 평가 수익률 기준)는 전일보다 0.04%포인트 오른 7.05%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5일에 비해 0.17%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과 같은 연 5.76%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보다 은행채 금리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스프레드(금리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3년만기 국고채와 은행채 간 스프레드는 지난 2월 0.45%포인트에 불과했으나 이날 1.29%포인트로 확대됐다.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됐던 올초(1.14%포인트)는 물론 채권 시가평가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금리가 이처럼 오르는데도 은행채 거래량은 2주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김도영 한국채권평가 채권평가팀장은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좋은 국고채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은행채나 회사채 등에 대해서는 매수세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채를 발행하고 있다. 전날 하나은행은 연 7%의 금리로 3년만기 은행채 4000억원어치를,같은 날 신한은행은 연 6.9%의 금리로 2년 만기 은행채를 200억원가량 발행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6월 1년6개월 만기 은행채를 연 6.08%에 내놨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달 새 은행채 발행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단두연 한국투신운용 연구위원은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는 9월까지 은행채 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공시제 여파로 매수세 줄어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수요에 비해 은행채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예금만으로는 늘어나는 대출을 충당할 수 없어 은행채 발행과 같은 '시장성 수신'으로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22조원 이상의 은행채를 발행했고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은행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8월과 9월에만 10조원에 가까운 은행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은행채 물량이 이처럼 늘어나자 증권사 등 수요자들은 은행채 매입을 미루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은행채 발행계획을 미리 알리도록 공시제도가 변경됨에 따라 은행채 발행 물량을 쉽게 알 수 있게 돼 수요자들은 느긋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요자들은 은행채 발행물량이 늘어나면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해 은행채 매입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리가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영업환경 악화도 은행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은행권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은행채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은행채 금리 상승이 다른 쪽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채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경우 은행들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매수세가 위축돼 회사채 금리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인설/서정환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