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사면초가' … 올들어 13조 증발
해외 펀드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투자자금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요 이머징 증시의 급락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순자산이 급감하고 있다. 수익률 하락은 다시 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중국 증시가 1년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중국펀드 수익률이 부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이어 지난 상반기에 고수익을 자랑했던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자원부국' 펀드들마저 최근에는 손실폭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그동안 부진했던 인도 베트남 등이 바닥권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펀드 전문가들은 수익률의 눈높이를 낮추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순자산 50조원도 깨져

13일 자산운용협회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해외 주식형펀드의 설정잔액은 60조384억원이지만 주가 급락으로 순자산가치는 49조4655억원에 그치고 있다. 중국 등 글로벌 증시가 역사점 고점을 향해 치달았던 지난해 10월 말 설정액이 41조원대,순자산총액은 62조원을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9개월여 동안 투자금액은 9조원가량 늘었지만 순자산 가치는 오히려 13조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투자 지역별로는 중국펀드의 순자산이 올 들어 6조6245억원 줄어 감소액이 가장 컸다. 브릭스펀드는 1조1600억원,동유럽펀드 9276억원,인도펀드는 4192억원 각각 감소했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해외 펀드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지고 있다. 해외 펀드 설정액은 7월 한 달간 78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계속 자금이 유출돼 60조원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베트남펀드가 -36.76%로 성적이 가장 나쁘다. 중국(-30.70%) 인도(-25.77%) 브릭스(-18.50%) 펀드 등도 손실폭이 크다. 그나마 최근 1개월간 인도펀드가 16.80%로 급반등하고 베트남펀드도 회복세(0.14%)인 것이 위안이다.

◆'쏠림투자' 벗어나야
해외펀드 '사면초가' … 올들어 13조 증발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해외 펀드 수익률이 급락했다고 해서 낙담만 하지 말고 냉정하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살펴보고 전략을 짜라고 충고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해외 펀드 투자에 기회가 찾아올 것인 만큼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해외 펀드의 80% 이상이 이머징에 몰려 있고 그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중국 상품에 쏠린 편향성은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그동안 단기수익률에 현혹돼 유행 펀드만 좇아다녔다면 앞으로는 위험과 기대 수익을 감안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경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파트장은 "중국과 브라질 증시는 현재의 위기가 지나면 가장 먼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은 특정 국가의 비중을 높이기보다는 주요 핵심 국가들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