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영웅''부상 투혼에 빛나는 선수'.

베이징올림픽 개막 엿새째인 12일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69㎏급 역도 경기에 출전,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이배영 선수에게 쏟아진 찬사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 선수는 용상 1차 시기를 시도하던 중 왼발에 쥐가 났다. 잠시 후 오른발에까지 쥐가 나면서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용상 2,3차 시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왼쪽 종아리를 바늘로 십여 차례 찌르며 용상을 시도했다. 아픈 다리 때문에 바벨을 끝내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실격 처리됐으나 강한 도전 정신에 6000여명 관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네티즌 등 국민들도 이 선수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선수가 보여준 투혼 그 자체만으로도 금메달감이라는 것.

베이징올림픽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메달리스트에게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것처럼 노메달 선수들에게도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배영 선수와 달리 대다수 노메달 선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사이클 국가대표로 개인도로 부문에 출전했던 구성은 선수와 박성백 선수는 쓸쓸히 귀국했다. 올림픽선수단 가운데 가장 먼저 짐을 싼 이들은 경기 다음날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이들을 맞은 사람은 사이클연맹 임직원 2명이 전부.이들에게 눈길을 보내는 시민은 없었다. 과거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메달 만능주의'가 여전해 지난 4년간 피땀 흘려온 비인기 종목ㆍ노메달 선수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노메달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값어치는 메달을 딴 선수에 뒤진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체육계의 일반적 평가다. 사이클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가 사이클 도로부문에 출전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0년 만의 일.선수들은 코치도 없이 혼자 힘으로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대회 당일엔 스페어 자전거 하나 없이 달렸다. 외국 선수들은 전담 마사지사와 자전거 수리요원이 달라붙어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지만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지옥의 레이스를 완주했다. 남자의 경우 전체 참가선수 143명 가운데 완주자가 90명에 불과했다. 여자도 66명 가운데 62명이 완주했다. 박성백 선수는 90명 중 88위,구성은 선수는 62명 중 58위를 했지만 완주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메달 색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은메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올림픽을 관람하는 국민들의 모습이다. 동메달에도 크게 만족하는 외국 선수들과는 대조적이다. 김영수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1등이나 메달에만 집착하는 것은 여태껏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의 발로"라며 "경제적ㆍ문화적 여유가 생기면서 한국에서도 점차 등수가 아니라 스포츠 행사 참가 자체를 즐기고 축하해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이재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