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사내에 협력사 지원과 육성을 전담하는 조직인 상생협력실을 만들었다. 이어 삼성전자,삼성광주전자,삼성광통신,서울통신기술 등 삼성그룹 8개 계열사들은 지난달 1342개의 협력사들과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을 맺고 '상생협력 로드맵'을 발표했다.

#2 SK그룹은 최근 10억원의 '태안사랑상품권'을 구매하고 SK 임직원이 여름휴가 기간 동안 이 상품권을 사용키로 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태안사랑상품권'은 태안지역 내 상점,숙박시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태안 방문과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나눔과 상생경영 확산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유가,원자재가 급등,환율 급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소외계층과 중소 협력업체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화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CSR는 경영 활동의 주요 과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기업들의 나눔 경영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부 활동을 뛰어넘어 고객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의 유ㆍ무형 자산을 활용하는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2006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한 돈은 1조8048억원으로 전년의 1조4025억원에 비해 28.7%나 늘어났다.

재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초 전경련 회장단은 투자와 고용 활성화라는 기업 본연의 책임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내용의 'CSR 결의문'을 채택했다. 각 기업은 사내에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설치하고 사회공헌 실천방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사회적 기업 실천을 위해 현재 60여개 기업들이 윤리.준법.상생협력.환경 등에 초점을 둔 CSR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국민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CSR 이행 노력과 그 성과를 제품 구매와 취업 등의 의사 결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LG경제연구원이 최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업 CSR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국민 대다수는 기업의 '나눔 경영'에 대해 선진국 못지않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CSR 이행과 관련해 '반드시 해야 한다'(77.4%) '여력이 있으면 해야 한다'(22.5%)는 응답이 99.9%에 달했다. 또 전체의 98.7%는 '기업이 나눔 경영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름다운 동행'은 또 다른 투자

재계의 '나눔 경영' 콘텐츠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나 홍보 차원의 사회공헌만으론 사회 문제 해결이나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상생경영 로드맵을 통해 그동안 부품 협력사와 구두로 계약을 맺던 관행을 개선해 서류 계약을 명문화하고,원자재 값이 오르거나 환율이 오르내리는 데 맞춰 납품단가를 수시로 조정해 주기로 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지난달 창단한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500명을 인도를 비롯해 중국 터키 슬로바키아 태국 등 5개국으로 파견했다. 이들은 환경 복지 의료 등의 부문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며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LG그룹은 소외 이웃돕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본사 임직원 240여명으로 구성된 사회봉사단을 만들었다. LG전자도 지난달 임직원들이 사업장 주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사회복지 시설 등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과학 원리를 설명해주는 '주니어 과학교실'을 열었다. SK에너지는 신입사원 교육 시 자원봉사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신입사원부터 자원봉사활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최근엔 '2008년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인턴사원 22명이 '행복 나눔' 활동의 일환으로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기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회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제철소 건립 예정지인 오리사 주에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 아동이 많은 점에 착안해 의료진을 파견,23명에게 성형수술을 해주었다. LS그룹도 올 2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베트남 하노이와 방글라데시 다카 인근 오지마을에 대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해외봉사단을 파견해 아동 교육,마을 시설보수 등의 활동을 펼쳤다.

동부그룹은 경기 부진에 따른 부담을 협력사와 함께 이겨나가고 있다. 동부제철은 최근 방화문용 컬러강판 신제품을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마케팅도 함께 하기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모델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며 "현금결제 등 자금운용에 숨통을 틔워주는 선심성 지원 일색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인력재교육,경영노하우 전수 등으로 발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