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전쟁이 터져 먹을 것이 없던 시절,척박한 땅에서 잔손질 없이도 잘 자라는 메밀 고구마 등으로 만든 냉면은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피난민들에게 고마운 먹거리였다. 속초에서 20년간 냉면을 판 이조면옥 점주는 "6.25 이후 이북 피난민들이 남하해 자리를 잡기 전까지 남쪽에는 냉면집이 거의 없었다"며 "추운 지역의 겨울철 대표 음식이던 냉면이 재배환경 개선과 음식기호 변화로 인해 여름철 별미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가장 큰 차이는 면발에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들어 거칠고 굵으며 씹으면 툭툭 끊긴다. 반면 함흥냉면은 메밀에다 감자 고구마 전분을 섞어 면발이 가는 대신 질기고 쫄깃한 게 특징.또 평양냉면이 꿩고기나 사골 우린 육수 또는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물냉면 위주라면 함흥냉면은 면 위에 맵게 무친 홍어회를 얹은 비빔냉면을 으뜸으로 친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함경도 사람들이 몸 속에 열을 내기 위해 매운 맛을 즐긴 것이다.
오늘날 정통 평양냉면집이나 함흥냉면집은 찾기 힘들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 냉면 조리법이 뒤섞이고 고깃집에서 주로 냉면을 팔다 보니 지역보다는 물냉면.비빔냉면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일반화됐다. 그래서 평양냉면집에 비빔냉면이 있고 함흥냉면집에서 물냉면도 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