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부진이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권으로 파급되면서 세계경제가 먹구름에 휩싸였다. 국제유가가 최고가 대비 20%가량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라앉는 반면 주요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급격히 부상하는 분위기다. 유럽과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약세를 지속해왔던 미 달러화는 최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 각종 경제지표와 현지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 등을 인용,2분기 중 유로경제권과 일본이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성장률은 13일,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5개국) 성장률은 14일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 독일의 산업수주가 뚝 떨어지면서 강하게 대두됐다. 지난 6일 발표된 독일의 6월 산업수주는 전달에 비해 2.9% 감소했으며,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8.4% 줄었다.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투자관련 주요 지표로 향후 경기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산업기계 주문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에서 주문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경기가 부진에 빠진 것은 해외 수요 감소와 함께 고유가와 임금 인상 등에 따라 생산비용이 증가한 탓이기도 하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로존 15개국의 소비자기대지수도 최근 몇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는 등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2001년 9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도 최근 들어 불안한 움직임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경제 월례보고'에서 호황기가 끝나고 경기가 약화되고 있다고 공식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해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무역흑자폭도 90%나 줄어들었다. 미국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자 도요타 등 간판급 대기업의 수익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 3대축을 이루는 유럽과 일본 경제가 흔들리면서 미 달러화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1.5005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유로당 1.5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화 가치는 6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날 달러화 하루 변동폭은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한 달 새 달러 가치는 유로 대비 6%,엔화 대비 3.6% 각각 상승했다. 미 달러화는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여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1.93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미 달러 가치는 호주달러에 대해서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캘리포니아의 퍼시픽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모하메드 엘 에라이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들어 유로존과 호주 경제의 붕괴가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사로 부각했다"며 "유로화 투자매력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는 "달러 약세장이 끝났다"면서 "앞으로 상당기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