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의 모습 어떠한가
제나라에서 노나라까지 푸르름 끝 없어라
하늘은 이 곳에 온갖 신비함 모았고
산빛 그림자는 어둠과 새벽을 가르는구나
층층이 솟는 구름에 가슴 벅차오르고
돌아가는 새들 따라 두 눈을 부릅뜨네
언젠가 반드시 저 꼭대기에 올라
소소한 뭇 산을 한번 굽어보리라.
望嶽
岱宗夫如何, 齊魯靑未了. 造化鍾神秀, 陰陽割昏曉.
盪胸生曾雲, 決眥入歸鳥. 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
두 발로 땅을 딛고,두 눈은 하늘을 향하라
'1000억원짜리 중화(中華) 축제'라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다가 떠올린 시다. 두보가 이십대 말에 중원오악의 으뜸인 태산(泰山)을 바라보며 쓴 작품인데,13억명 인구와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팍스 시니카'를 꿈꾸는 중국의 야심과도 맞닿아 있다.
이 시는 처음엔 멀리서 본 태산의 웅장함을 노래하다가 점차 가까이 가면서 기암괴석 등 신비로운 형상을 묘사한다. 산허리에 오른 뒤엔 층층이 솟는 구름과 새들의 날갯짓을 바라보며 가슴 벅찬 감흥을 펼친다. 마지막 연에서는 태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소소한 뭇 산을 한눈에 굽어보겠다는 호연지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2006년 방미 때 부시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인용해 화제를 모았다. '언젠가 반드시 저 꼭대기에 올라/ 소소한 뭇 산을 한번 굽어보리라.' 이를 두고 '양국이 함께 태산에 올라 온 세상을 굽어보자는 '윈 윈(Win-Win) 전략'을 상징한 것''미국의 홀대에 섭섭한 후진타오가 언젠가는 태산에 올라 미국을 내려다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 등의 해석이 분분했다.
당시의 사정이야 어떠했든 지금의 중국은 '층층이 솟는 구름에 가슴 벅차오르고/ 돌아가는 새들 보며 두 눈을 부릅뜨는' 형국이다. 거대 시장의 경제력을 앞세워 '소소한 뭇 산을 굽어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도 하다. 그러나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꿈은 공상이며,미래의 비전이 없는 전략은 헛구호일 뿐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태산에 오르겠다는 의지는 정복욕이 아니라 그 산을 품겠다는 포부이자 전략적 마인드여야 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