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키워드는 '중화의 부활'이었다.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낸 장이머우 감독의 개막공연 '아름다운 올림픽(美麗的奧林匹克)'은 화약 종이 인쇄술 나침반 등 중국의 4대 발명품을 활용해 중국의 찬란한 문화를 과시했다.

개막식이 열린 냐오차오(올림픽 주경기장) 안에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가,베이징의 하늘에는 중국의 불인 '중화(中火)'가 타올랐다. 75분간 진행된 개막식속의 세계는 중국을 정점으로 한 '중화의 세상'이었다.

중국 소수민족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식전행사가 끝난 오후 8시56분(한국시간),2008개의 불빛으로 개막식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오후 9시 정각 화려한 불꽃이 냐오차오를 감싸고,2008개의 북에서 나오는 천둥같은 소리로 세계인을 환영하는 의식이 거행됐다. 톈안먼에서 냐오차오에 이르는 중앙축선을 따라 29개 지역에서 폭죽이 터지고,56개 민족을 상징하는 56명의 어린이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입장했다.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가가 울려퍼진뒤 이어진 개막식 공연은 5000년의 중국 역사를 담은 대서사시였다. 냐오차오 중앙 바닥에 깔린 대형 LED판과 레이저 조명을 이용,두루마기와 바다 등 형형색색의 모양을 만들어내며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과거-현재-미래의 중국을 보여준 개막식은 공자의 논어를 인용,'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구호로 시작됐다. '벗이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공자의 3000 제자 입장에 이어 활자의 발명을 형상화한 공연이 이어졌다. 춤을 추던 활자들은 인본주의를 상징하는 화(和)자가 그려냈다. 육상의 실크로드뿐 아니라 명나라 정화가 개척한 바다 실크로드를 나침반과 함께 그려 강대했던 옛날을 세계에 알렸다. 전통 경극인 쿤취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대형 산수화가 경기장을 메웠으며,강건한 왕권을 상징하는 화려한 공연이 이어지자 하늘에선 또다시 폭죽이 터졌다. 예악 등 전통악기가 연주하는 고전 명곡들이 신비함과 격렬함 사이를 오가며 귀를 사로잡았다. 태극권과 소림사 무술,이백의 시 '여산폭포를 바라보며'를 형상화한 폭포 영상물이 등장했으며 '천인합일(天人合一'·하늘과 사람은 하나)을 뜻하는 공연이 이어졌다.

현재의 중국 모습은 웅장한 현대적 건물과 유인우주선으로 표현됐다. '강한성당(强漢盛唐:강력한 한나라와 번성한 당나라)의 부활'의 꿈이 공연 전체를 관통했다. 개막식은 중국의 유명가수 리우환과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사라 브라이트만이 함께 부른 올림픽 주제가 '너와 나(You and me)'로 막을 내렸다.

이어 각국 선수단 입장이 끝난 후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올림픽 개회를 선언했다. AFP통신은 "세계무대 중심에서 슈퍼파워로서의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커밍아웃 파티'"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