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첫 北지도부 만남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조우는 지난달초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남북간 갈등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그 자체로 관심이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후진타오(胡錦濤) 중국주석 주최로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오찬에서 30여명의 각국 정상 및 고위 인사들이 함께 앉은 대형 테이블에서 김 위원장과 첫 대면을 했다.

오찬에 앞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오찬장에 입장한 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행사장을 오가며 각국 정상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근처에 서있던 김 위원장을 발견하고는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 대통령은 웃는 얼굴이었으나 간단히 악수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등을 돌려 반대편으로 향했으며, 김 위원장도 자리를 피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을 사이에 두고 같은 테이블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식사를 했으나 별다른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오찬테이블 동석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북측의 입장을 고려해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같은 테이블에 앉도록 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키로 했으나 뒤늦게 전체 좌석을 재조정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기존의 테이블 배치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찬을 전후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등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대화를 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으나 불발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도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등 3명을 사이에 두고 가까운 자리에 앉을 예정이어서 두번째 만남에서 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북측 지도부 인사와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과 우리 선수단 격려가 이번 방중의 주요 목적인 데다 민감한 시점이어서 김 위원장과 의미있는 대화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