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8일 11원 넘게 급등하며 1028원 가까이 치솟았다. 전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 강세(원ㆍ달러 환율 하락)가 기대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강력한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1020원 선이 뚫리면서 '환율 불안'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40전 오른 1027원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장초반 1019원으로 출발한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내내 역외세력의 공격적 달러 매수가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1020원 선 근처에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기는 했지만 개입 강도는 강하지 않았다. 이날 정부의 시장 개입 물량은 5억~7억달러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오후에 "지나친 쏠림현상에 대응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구두개입을 했으나 환율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른 달러 강세,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의 실적 악화로 인한 글로벌 신용경색 재발 우려,정부의 시장 개입 약화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역외세력이 공격적으로 달러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수소비 둔화가 우려되는 만큼 수출 확대를 위해 환율 상승을 용인할 것이란 분위기도 환율 상승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론적으로 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원화는 달러화나 유로화 같은 글로벌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금리 인상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다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설 경우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환율이 저항선인 1020원을 뚫은 만큼 1030~1040원까지 오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시장 수급상 여전히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특정 레벨을 정해놓고 방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원ㆍ달러 환율을 1020원 선 아래로 끌어내리려면 막대한 외환보유액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