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면역세포만 찾아가 바이러스 제거
한양대 이상경ㆍ하버드 의대 교수팀 … 셀誌에 실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면역세포만을 찾아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 신약물질이 한ㆍ미 공동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양대학교는 이상경 생명공학과 교수(40)팀과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프렘라타 샹카 교수(56)팀이 인체의 백혈구에만 결합하는 '백혈구 특이적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 전달체를 이용한 신약물질을 인간 면역세포를 갖도록 조작한 '인간화된 쥐'의 혈관에 주입한 결과 HIV 증식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셀(Cell)' 8일자에 실렸다.

이 교수팀에 따르면 HIV는 인간 백혈구의 면역세포 중 T림프구를 파괴해 AIDS를 유발한다. 기존 AIDS 치료제들은 T림프구만을 목표로 약물이나 치료물질을 전달하지 못해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연구팀은 T림프구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유전자 전달 물질인 펩티드(9 Arginnine)를 결합시킨 '백혈구 특이적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 이 전달체에 RNA 간섭(interfering)을 일으켜 HIV 증식을 막을 수 있는 '작은 간섭 RNA(siRNA·small interfering RNAㆍ악성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RNA를 분해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RNA)'를 결합시킨 신약물질을 만들어 냈다.

연구팀은 '인간화된 쥐'의 혈관에 신약물질을 주입하는 전임상시험을 통해 인간 면역세포와 결합한 유전자가 T림프구에 효과적으로 전달됨을 밝혀냈다. 또 세 번의 주사만으로 약 한 달간 바이러스가 억제되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작은 간섭 RNA'가 AIDS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으며 상당한 양의 약을 매일 투여해야 하는 기존 치료법에 비해 적은 양으로도 HIV를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류머티즘,백혈병 등 면역체계 이상에 의한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경 교수는 "백혈구 특이적 유전자 전달체를 활용하면 어떤 AIDS 치료제도 목표물인 T림프구까지 전달될 수 있다"며 "3년 정도의 추가 연구만으로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

[ 용어풀이 ]

◆인간화된 쥐=면역이 완전히 결핍된 쥐에 사람의 혈액세포(T,MO,B,NK 등의 백혈구)를 주입하면 약 2개월간 인간의 혈액세포가 쥐의 혈액에 생존한다. 인간화된 쥐에 신약이나 재료를 투입하고 바이러스를 주입,인간의 혈액세포가 감염되는지 확인해 새롭게 개발한 신약 및 재료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