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상반기 '깜짝실적'을 올렸던 석유화학업계가 유가 하락의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함께 기초원료인 나프타가격이 동반하락해 원가부담은 줄었지만,유가약세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석유화학제품의 국제수요가 크게 줄고 있어서다. 특히 유가 급등에 대비하기 위한 사재기 현상 등 '가(假)수요'덕을 봤던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최근 에틸렌 프로필렌 등 제품값까지 추락하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가 올림픽기간중 중국내 공장들의 단전을 지시,대 중국 수출창구마저 얼어붙었다.

수급'을 이기는'장사' 없다


올초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화학업계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석유화학 '쌀'로 불리는 나프타값이 급등하면서,석유화학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합성수지 등 다운스트림(하위제품을 생산하는 곳)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LG화학 삼성토탈 한화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대부분 화학업체들은 예상밖의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나프타 등 원재료값 급등에 따른 석유류제품가격이 점진적으로 인상됐고,전 세계 화학업계의 자율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수급 밸런스가 맞춰진 덕분이었다.

LG화학은 고유가의 악재를 뚫고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 2분기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8.4% 늘어난 3조7380억원,영업이익은 27.1% 증가한 481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 3843억원보다 25% 이상 많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유가 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당장은 악재지만 유가 상승은 경기호황의 신호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고 국제 수급 여건을 개선시켜 호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의 '함정'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전날보다 0.59달러 내린 배럴당 118.58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11일 최고가인 147.27달러를 고점으로 한달여 사이에 20% 정도 급락한 것이다.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7월 중순 t당 1240달러까지 치솟았던 나프타가격도 최근 100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하락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유가 하락폭 이상으로 제품가격도 떨어지는데다,유가 하락은 불경기 신호탄으로 해석돼 수급불균형을 초래하는 만큼 화학업체들에는 악재"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제품값은 떨어졌지만,수출거래선들이 유가 추이를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변하면서 최근 주문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기초유분(원재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 수출가도 국제유가와 나프타가격에 연동해 하향조정되고 있다. 지난 5일 에틸렌 수출가(FOB.본선인도기준)는 t당 1490~1500달러로 지난달 11일에 비해 170달러 하락했으며 프로필렌 가격도 t당 205~215달러 떨어진 1585~1595달러(FOB 기준)에 수출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