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한국지점에는 부장 직급이 거의 없다. 차장급도 많지 않다. 대신 이사 직책을 가지고 있는 인사만 200명 가량된다.

HSBC 한국지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1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직원의 20%가 이사인 셈이다. 이사보다 고위직인 상무와 전무도 각각 50~60명에 이른다. 2006년부터 세계적으로 직급체계를 맞추기 위해 일부 차장들과 모든 부장들을 이사로,이사는 상무로 각각 승진시키면서 생긴 일이다.

차장 승진 1~2년 만에 이사로 올라간 이들도 있었다. 당시 회사 안팎에서 초고속 승진에 대해 축하 인사를 받았지만 이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이사로 직급을 올린 것은 은행이 힘들면 언제든 내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연봉 인상도 미미했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아진 요즘 이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HSBC가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약속했지만 HSBC 내부 직원들에 대해서는 외부적으론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탓이다. 외환은행과 겹치는 지원부서에서 일하는 HSBC 한국지점 일부 직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과 통합후 HSBC 한국지점의 전무 직급은 본부장이나 부장으로,상무는 부ㆍ차장으로,이사는 차ㆍ과장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HSBC 관계자는 "현재로선 HSBC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