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장기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와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역전됐다. 장기금리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한 반면 단기금리는 은행의 자금수요 증가와 정책금리 인상 기대감이 겹치면서 최근 한 달가량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6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내린 연 5.7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4일(연 6.17%포인트) 이후 한 달도 안돼 0.47%포인트나 떨어졌다. 5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5.74%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내렸다.

반면 CD금리는 전날과 같은 연 5.72%에 거래를 마쳐 장기금리인 3년물을 앞질렀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빠진 국내 경제의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기금리가 최근 들어 떨어진 데에는 한은이 향후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 힘들 만큼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값이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된 반면 경기침체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시키며 장기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통신이 국내외 1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7일 금통위 회의 결과를 예상한 결과 HSBC JP모건체이스 등 13개사가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둔 곳은 6곳뿐이었다.

CD금리 상승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작됐고,예금액에 비해 대출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은행권이 CD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리면서 한 달 사이에 0.33%포인트 올랐다. 한은의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보다 더 많이 오른 셈이다.

CD금리의 향방은 한은의 정책 방향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CD금리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준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 또 한 차례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CD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는 통상 0.3~0.4%포인트 정도"라며 "이미 0.7%포인트까지 벌어졌다는 점에서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려도 추가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만 없다면 별 충격 없이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