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벌어진 결승 1국에서 상대의 대마를 낚아 손쉽게 기선을 제압한 이창호는 이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목진석의 반격에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다가 마지막 끝내기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이창호는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에서만 2기,3기에 이어 세 번째 우승컵을 안게 됐다. 목진석과의 역대 전적도 26승6패로 앞서 목진석의 천적임을 과시했다.
이창호는 이날 2국에서도 예리한 칼날을 휘둘렀다. 초반 좌하 전투에서 멋들어진 감각을 선보인 이 9단은 중반까지 완급 조절로 완승국을 예감케 했다. 그러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어지럽게 난타전이 붙어 목 9단 쪽으로 승기가 넘어가는 듯했다. 전투에 능한 목 9단이 하변 흑 대마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미세한 계가 바둑으로 전세를 이끈 것.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로 이 9단의 신산(神算)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이 9단이 패까지 걸면서 승부는 되돌리기 힘들어졌다. 중반 이후 반상은 반 집 정도로 흑 우세였는데 마지막 패까지 걸리자 목 9단이 돌을 던진 것.
이 9단은 "중반에 하변 흑돌이 크게 공격받아서 국면이 많이 어지러웠다"며 "하변 흑 대마가 두 집을 내고 겨우 살았을 때 미세하나마 이길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에게 1인자 자리를 내주고 절치부심하던 이 9단은 이번 우승으로 중환배,원익배 십단전,KT배 왕위전,KBS바둑왕전에 이어 5관왕에 오르며 6관왕인 이세돌의 뒤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자신의 통산 타이틀 수도 136개로 늘리며 이 부문 1위인 조훈현 9단의 157개에 21개 차로 다가섰다.
준우승에 머문 목진석 9단은 또다시 정상 정복에 실패해 팬들의 아쉬움을 더했다. 연초 원익배 십단전과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에서 모두 다 고배를 마신 목 9단은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에서도 준우승에 그치며 개인 통산 여덟 번째 준우승의 지독한 악연을 떨쳐 내지 못했다.
제5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은 한국경제신문사,바둑TV,세계사이버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전자랜드㈜ 서울전자유통㈜이 후원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토너먼트제를 탈피,나이와 성별로 그룹을 나눠 예선을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바둑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