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생산 출하 소비 등 경기 관련 지표들이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소비재판매액은 1년1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로 돌아섰고,재고증가율은 11년6개월 만에 최대치까지 치솟아 충격을 주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1월 11.2%,2월 10.3%,3월 10.3%,4월 10.7% 등 10% 선을 유지했던 생산증가율이 5월 8.6%에 이어 2개월 연속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생산자 제품 출하 역시 작년 같은달에 비해 4.5% 증가하는 데 그쳐 둔화세를 이어갔다. 출하증가율은 지난 1월 10.0%였던 것이 2월 7.7%,3월 8.7%,4월 8.5%,5월 6.2% 등으로 꾸준히 축소됐다.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또 다시 전달 대비 0.5포인트 감소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약 9개월 후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 역시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하며 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바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 시기를 내년 하반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솔직히 자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생산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는데도 재고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 같은달에 비해 15.9% 늘어나 1996년 12월 16.5%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출하증가율과 재고증가율을 비교해 경기국면을 판단하는 지표인 '재고출하 순환지표'는 5개월째 '둔화ㆍ하강 국면'에 위치했다.

이 같은 재고 급증 현상은 반도체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반도체 및 부품'의 재고가 작년 같은달에 비해 81.2% 늘어났고,전체 재고증가율 15.9% 가운데 반도체 및 부품 쪽의 기여도가 11.77%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도체 및 부품의 재고 증가율은 지난 1월엔 24.6% 수준이었지만 2월 42.2%,3월 51.5%,4월 62.3%,5월 70.9% 등으로 매달 10%포인트 이상씩 높아졌다. 이 밖에 자동차 재고는 6.7%,의류 및 모피 재고는 13.0% 각각 증가했고 1차금속은 3.2%,섬유는 10.6% 각각 감소했다.

6월 소비재판매액은 작년 같은달에 비해 1.0%,전달에 비해 4.3% 감소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비재판매액이 전년 동월 대비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2006년 7월 0.6% 감소 이후 처음이다. 고유가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고용 부진,주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 컴퓨터 통신기기 등 내구재는 0.3% 증가했지만 의복 직물 등 준내구재는 0.7%,차량용 연료 등 비내구재는 1.8% 각각 감소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2247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7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실사지수(BSI)는 76으로 전달에 비해 1포인트 떨어졌다. 채산성 BSI는 69로 전월의 68에 비해 1포인트 상승했으나 원자재구입가격 BSI는 164에서 162로 2포인트 떨어졌다.

김인식/주용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