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해 중소기업에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펼치겠습니다. "

1일로 창립 47주년을 맞은 기업은행의 윤용로 행장은 31일 기자와 만나 "지난 47년간 기업은행은 정책자금을 공급하면서 경제 발전과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고 평가한 뒤 "이제는 달라진 방식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내년께 기업은행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 중소기업이 한 번만 방문하더라도 종합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기업은행은 8월 말께부터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의 영업을 시작한다.

일단 중기 상장(IPO),자금 중개 등에 특화한다. 지점은 5개 정도로 출발하되 올 연말까지는 1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을 주로 취급하는 보험사를 자회사로 설립할 계획이다.

지주사 전환 작업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된 미래사업추진단을 통해 윤 행장이 지휘한다.

윤 행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기은캐피탈의 상품을 기업은행 창구에서 파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신용도가 높지 않은 고객도 은행 창구에서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기업은행 민영화 일정이 다소 늦춰진 만큼 그간 착실히 준비해 민영화될 때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을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 행장은 개인 및 가계금융의 강화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중기 금융을 늘리려면 수익을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수신 등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시중은행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개인금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윤 행장의 생각.그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설계된 'IBK월드'라는 신개념 점포를 히트시키겠다"고 말했다.

개인 및 가계 중에서도 키워드는 '서민'이다. 윤 행장은 비교적 소액이라 할 수 있는 2000만원까지는 금리를 더 주는 '서민섬김통장'을 지난 4월 선보여 4개월 만에 18만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했다. 여기에다 서민섬김통장 가입 고객이 계약 기간의 3분의 1 이상을 납입하면 계약 금액의 1.5배까지 대출해 주는 '서민섬김대출'을 8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윤 행장은 장기 비전과 관련,"민영화가 완료된 이후에도 중소기업 전문 은행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본격 관리할 것으로 보이는 올 하반기부터 기업은행은 오히려 중기 대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일반 상품보다 금리가 2.7%포인트나 낮아 연 7%대 초반으로 대출을 해 주는 중소기업희망특별펀드를 1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다. 윤 행장은 민영화 후 지배구조에 대해선 "중소기업 지원에 우호적인 연기금 등과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개인 소신을 피력했다.

글=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