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는 선진국 근로자보다 연간 700시간 가까이 더 일하지만 1인당 노동 생산성은 한국이 선진국의 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은 많이 하지만 비효율적이란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내놓은 '장시간 근로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먼저 근로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인 근로자의 노동 시간이 연평균 2360시간으로 선진 7개국(G7) 평균(1684시간)보다 676시간 많았다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한국 근로자는 선진국 근로자보다 노동 시간이 40%가량 더 많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이에 대해 기업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추가 고용보다는 연장 근무를 선호하고,근로자들은 휴가보다 소득을 중시하며,오래 일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조직 풍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도 최근 "한국인의 근로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것은 근면해서가 아니라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문화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 근로자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은 2006년 구매력 환산 기준 4만8062달러로 G7 평균(7만4548달러)의 64.5%에 그쳤다. 특히 노동 생산성이 가장 높은 미국(9만1718달러)에 비해서는 52%에 불과했다.

이 연구소의 이정일 수석 연구원은 "장시간 근로가 한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의 질과 창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조성이 새로운 부의 원동력으로 주목받는 시점에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OECD 국가들의 근로 시간과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총 근로시간과 노동 생산성 간에는 역(逆)의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근로 시간이 짧을수록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생산성이 낮다 보니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오래 일하는 관행이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도한 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도적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 적용하고 초과 근무에 대해 금전적 보상보다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