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 경위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경위는 2005년 11월 "서울지방경찰청 매점에서 `카드깡'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송사 보도가 나가자 제보자를 찾기 위해 경찰청 내 기능직 여직원들을 조사했다.

김 경위는 이 과정에서 참고인들을 불법적으로 체포해 조사실에 감금했으며 조사실 안에서도 욕설을 퍼붓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경위는 특히 J(여)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뒤 돌려주지 않아 전화를 걸거나 받지 못하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여직원 J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권리행사를 방해했고 욕설을 하며 진술조서에 억지로 서명ㆍ날인하게 했고 여직원 L씨에게도 폭언을 하며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고통을 준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불법체포ㆍ감금과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 독직폭행과 직권남용감금, 직권남용체포 등 나머지 혐의는 증인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라고 밝혔다.

2심은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욕설을 한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휴대전화를 빼앗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참고인 조사를 하며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뒤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지 않고 전화를 걸지도 못하게 한 행위는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가 자신의 소유물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