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로부터 수수료를 터무니없이 높게 받아서(수수료 과다),일은 안 하고(업무 태만 및 부적정),회사돈으로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골프접대하고(섭외성 경비 부당 집행),신입 사원은 순위 조작해 뽑고(채용업무 부당처리),정부 지원 사업은 적자 운영한 공기업.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인건비를 시도때도 없이 인상하는가 하면(인건비 편법 인상),아무 일이 없는 지원들을 그대로 방치한 공기업(지원 운영 부적정).

감사원은 28일 증권예탁결제원을 감사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124쪽짜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예탁원은 업무,인사,실적 등 기업의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는 총체적인 부실기관이었다. 그야말로 공기업의 '칠거지악'을 모조리 갖춘 셈이다. 감사원은 우선 예탁원이 증권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는데,그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예탁원은 2003∼2007년 수수료로 3384억원을 징수해 비용 등을 충당하고 자체사업 적자 236억원을 보전하고도 2891억원의 흑자를 남길 정도로 과다한 이익을 남겼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을 예탁하고 결제하는 데 소요된 비용만큼 증권사 수수료를 징수하거나 자금운용 부대수익을 주식예탁 및 결제비용에 충당할 경우 증권사 수수료는 각각 58.8%,92.4% 인하할 수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과도하게 돈을 걷은 증권예탁결제원은 이 돈을 엉뚱한 곳에 흥청망청 썼다. 직원들은 법인카드로 옛 재정경제부 직원들의 유흥비를 대신 결제해주고,내부 직원들끼리 룸살롱,골프장을 이용한 뒤 회사돈으로 비용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2005∼2007년 17차례에 걸쳐 재경부 직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거나 대신 결제해주는 방식으로 3475만원의 향응을 제공했다. 또 이 기간 중 35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개인 유흥비 등 3844만원을 결제했고,임직원들과 136차례에 걸쳐 골프를 친 뒤 7507만원도 법인카드로 지불했다.

예탁원은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풀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경로효친 기념품 지원' 명목으로 2007년 전직원에게 1인당 18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모두 7억6700만원을 지급했고 2003∼2007년 체육ㆍ문화행사 지원 명목으로 12차례에 걸쳐 전 직원에게 21억원어치 상품권을 지급했다. 지난해 기준 예탁원의 1인당 인건비는 1억원에 달하며 이는 금융 공공기관 중 가장 많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