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그냥 '멍' 하던데요"
대표팀 사상 첫 '골키퍼 득점'이라는 새 역사를 쓴 골키퍼 정성룡(23, 성남)은 골 장면을 묻자, 연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수문장 정성룡은 2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40분 골킥한 공이 상대 진영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한차례 바운드, 수비수와 골키퍼 키를 넘기는 행운의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 득점은 한국 축구 역사상 대표팀 골키퍼로서 기록한 첫 골로, 세계 축구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진기한 장면이었다.
경기 후 정성룡은 "들어갈 줄 전혀 몰랐던 공이 갑자기 골문으로 들어가니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팀이 승리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축구선수 생활을 하며 공식경기 중 골을 넣어본 것은 처음"이라며 "동료들이 달려와 한턱 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정성룡은 "당시에는 그냥 수비 뒷공간으로 공을 차주려는 생각으로 (공을) 길게 연결했다. 측면에 서 있던 이근호(23, 대구)가 공을 향해 달려들다 멈칫하자 수비수와 골키퍼가 판단미스를 범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 정성룡은 행운의 득점 외에도 후반 중반 전개된 코트디부아르의 공격을 막아내며 올림픽팀의 2-1 승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후반 28분 오른쪽 풀백 신광훈(21, 전북)과 공을 두고 엇갈려 실점한 부분은 '옥의 티'다.
정성룡은 "신광훈이 나와 사인은 맞았는데 공을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방향이 잘못돼 골문으로 굴러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수비라인도 처음보다 많이 안정됐다. 팀 분위기도 좋다"며 "이제 한 경기를 치렀지만 앞으로 훈련을 통해 전력을 더욱 다져 나간다면 분명 좇?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2한일월드컵 4강 당시의 조직력을 갖추고 싶다. 메달획득 목표를 꼭 달성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경기자 skpar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