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러시아 간 합작 석유기업인 TNK-BP의 경영권 분쟁이 외교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27일 취업비자가 연장 안돼 TNK-BP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더들리가 지난 24일 러시아를 떠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 주재 영국대사관은 25일 성명을 통해 "TNK-BP의 주식을 50%씩 양분하고 있는 BP와 러시아 주주 컨소시엄인 AAR 간 갈등이 러시아와 영국 경제는 물론 세계 에너지 시장에 잠재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게 TNK-BP 경영권 분쟁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관료로서는 처음으로 6월 말 러시아를 방문한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BP 투자자의 3분의 1은 미국인이다.

TNK-BP는 5년 전 당시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범했다. 하지만 러시아에 일고 있는 자원민족주의에 휘말려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석유기업인 TNK-BP의 운명이 위태롭게 됐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올 들어 옛 KGB인 국가보안기구 FSB를 동원,합작사 사무실을 수색한 데 이어 더들리 CEO를 상대로 회사의 과거 탈세의혹 등을 이유로 조사를 벌였으며,AAR 측은 더들리가 BP 측 이익만을 위해 회사를 경영해왔다면서 그의 해임과 함께 이사회 해산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BP 측은 AAR가 BP 지분을 싸게 매입한 뒤 가즈프롬 등 러시아 국영 기업에 넘기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와중에 러시아 이민 당국이 더들리 CEO와 영국계 직원들의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아 이미 148명의 영국 기술 전문가들이 러시아를 떠났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