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프로그램 순매수 속에서도 25일 코스피지수는 28.21포인트(1.73%)나 급락하며 하루 만에 1600선이 무너졌다. 유가 상승과 미국 주택경기 불안에 따른 뉴욕증시 급락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전환 때문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종대표주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매물도 이날 주가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하루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며 1839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낸 상황에서도 매수차익거래는 200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에 맞서 지수를 방어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온 프로그램 매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수차익거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달 21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오른 반등장에선 매수차익거래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선물가격과 현물값의 차이인 베이시스가 상승하면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대신 저평가된 현물을 사들여 안전하게 수익을 올리려는 매수차익거래가 생겨난다. 향후 시장전망을 밝게 보는 투자자들이 선물을 사면 선물 가격이 급등해 베이시스가 커지고,이때 매수차익거래가 발생해 프로그램 매수세가 현물시장에 유입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하반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상승장에서나 볼 수 있는 '베이시스 강세현상'이 연일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도 "최근 상황은 '상승장=콘탱고,하락장=백워데이션'이라는 공식이 무너진 형국"이라며 "베이시스가 미쳤다"는 표현을 써가며 고개를 젓고 있다. 하반기 약세장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대세상승장에서나 나타나는 베이시스 강세가 연출되자 베이시스를 통해 증시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것도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이은 베이시스 강세와 관련,그동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외국인이 최근 나흘간 선물을 대거 순매도했지만 매수차익거래가 순매수를 기록해 주목된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외국인 대신 선물을 대거 순매수하면서 베이시스 강세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기준 매수차익거래잔액이 7조9449억원에 달한 데다 이날 매수차익거래 순매수가 2008억원에 달해 투자자들의 경계심리는 한껏 커졌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14일 만기일까지는 매수차익거래 청산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관도 매수차익거래 청산의 폭발성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청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기관이 매수차익거래 청산을 위해 내놓는 현물 주식의 상당량을 외국인이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는 것)을 위해 소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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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선물과 현물가격(코스피200)의 차이를 말한다. 만약 현재 코스피200지수가 200포인트이고 9월물 시세가 202라면 베이시스는 2다. 베이시스는 상장 초기 플러스에서 출발해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0'에 가까워진다. 선물이 현물보다 높아 베이시스가 플러스인 정상적 상태는 '콘탱고',마이너스로 떨어지면 '백워데이션'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