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술자리에서도 누군가 자기 이름을 입에 올리면 금방 알아채고,혼잡한 번화가를 걷다가도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즉각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내려야 할 곳의 안내방송을 듣고는 번쩍 깨지요.

일본 사람 야마모토 미토시는 <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토네이도 펴냄)에서 이 신기한 일을 '칵테일파티 효과'로 설명합니다. 칵테일파티 효과란 잡음 중에서 흥미가 있는 음만을 선별해서 듣게 되는 현상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 칵테일파티 효과가 '확증 편향'이란 심리현상과 결합되면 올바른 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답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행위나 언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 모으는 현상을 말합니다.

주식을 산 사람은 주식이 오르길 바라는 마음에 '오른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보에만 집중하게 되지요. 주식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매수 시점을 찾기 위해 부정적인 정보만 찾게 됩니다. '1등 당첨 복권 나온 집'이란 현수막이 걸린 가게만 골라 복권을 사는 심리,같은 돈이라도 '공돈'이 더 쉽게 주머니에서 나가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비이성적인 심리 요인 때문에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우를 자주 범합니다. 이는 곧 자기 생각에만 골몰하는 '아집'과도 맞닿아 있지요.

이것이 역사를 바꾸는 힘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장 프랑수아 칸은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NO!>(이마고)에서 신념과 용기에 뿌리를 둔 '노!'의 힘을 얘기합니다.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영화 '전함 포템킨'에 나오는 것처럼 러시아 혁명은 썩은 쇠고기로 만든 수프에 대한 '노!'에서 시작됐지요.

대문호 빅토르 위고도 '노'를 외친 인물이었습니다. 1851년 쿠데타로 나폴레옹 3세의 제2제정이 들어서자 망명한 위고는 이후 20년간의 망명생활에서 한 순간도 절망하지 않고 펜을 들어 독재와 쿠데타에 대해 '노'를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귀국했을 때 수많은 군중이 환영한 것도 이 같은 불굴의 정신에 감동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모든 '노'가 옳은 건 아닙니다. 일생 중 33년을 감옥에서 보낸 급진적 사회주의자 오귀스트 블랑키는 "직업 혁명가답게 '노'를 입에 달고 다니느라 거기에 스스로 갇혀버린" 인물이었지요.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칵테일파티 효과에 자주 빠지는 저의 미숙함과 제대로 된 '노'를 한 번도 외쳐보지 못한 부끄러움을 절감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