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의 최대주주가 누군지를 잘 모르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주주가 보유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 이를 갚지 못해 담보권이 실행되면서 예고없이 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

윈드스카이는 25일 기존 최대주주였던 김용호 전 대표이사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함에 따라 최대주주가 변경됐지만 현재 최대주주를 알 수 없어 확인시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제출한 지분변동보고서에서 대표이사직 및 이사를 사임함에 따라 보유주식 1344만3202주(21.42%) 전부를 타인 에게 양도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윈드스카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매수자측의 잔금지급 지연으로 무산되자 지분이 타인에게 넘어간 것이다.

윈드스카이는 지난 23일 김 전 대표이사가 보유주식 중 1173만주(18.69%)를 이희재씨에게 119억6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매수인측이 잔금 입금기일을 지난 17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증권업계에서는 김 전 대표가 보유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썼다가 이를 갚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윈드스카이는 지난 18일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새로 경영진을 선임한 이후 회사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I와 ST&I글로벌 모두 직원도 모르는 사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ST&I는 전날 에이치케이씨담배가 미상환 대출금에 대해 대위변제하고 담보물 일체를 양도받기로 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고 공시했다.

ST&I는 지난 3월 27일 신한캐피탈로부터 온성준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자사 주식 812만7934주(10.53%) 등을 담보로 하고 에이치케이씨담배를 연대보증자로 하는 대출거래약정을 체결했다. 신한캐피탈이 60억원의 대출금 미상환에 대해 대출거래약정에 의거 대위 변제를 요구했고 에이치케이씨담배가 지난 18일 이를 대위변제하고 담보물 일체를 양도받으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ST&I글로벌도 사채를 갚지 못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ST&I글로벌의 최대주주인 ST&I는 지난 5월 2일 김준영씨와 투자계약을 맺었다. 40억원을 투자하는 대신 확정배당금 8억원 포함, 총 48억원을 5월 29일까지 상환키로 한 것.

그러나 ST&I가 5월 29일까지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총 85억원에 ST&I가 보유하고 있던 ST&I글로벌 지분 532만3611주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약정상 확정 배당금 8억원 및 투자원금 40억원을 계약금 및 중도금과 상계처리키로 했다. 이후 지난달 4일 김준영씨와 허재혁씨가 ST&I의 보유주식 532만3611주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대한 모든 권리의무를 양수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잔금중 2억원이 미납됐지만 최대주주는 허재혁씨(22.7%)로 변경됐다.

케이앤웨이브도 최근 최대주주가 K&S애셋(K&S Asset & Real Estate Development Corp)에서 김민수씨로 변경됐다. K&S애셋은 지난해말 기존 최대주주인 쓰리이주식회사로부터 소유주식 250만109주를 150억원에 인수했지만 회사측이 내달 6일 임시주주총회를 위해 명부폐쇄한 결과 K&S애셋은 109주만 보유하고 있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보면 퇴출기업들은 최대주주나 대표이사의 변경이 잦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경영권 변동이 잦은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