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지난달 5일 이후 34거래일 만에 국내 증시로 돌아왔다.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면하기 위해 '쇼트커버링'에 나선 것이다.

쇼트커버링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를 한 뒤 이를 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이다. 그동안 외국인 순매도 중 상당부분은 '공매도'로 추정돼 왔다.

외국인은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6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5월30일(234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현대중공업(601억원) 삼성전자(354억원) GS건설(335억원) 동양제철화학(250억원) 현대차(221억원) 포스코(190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6월9일부터 전날까지 33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며 8조991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속 순매도로는 사상 최장이자 최대 규모였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 순매수 종목이나 업종을 볼 때 쇼트커버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집계를 시작한 6월23일부터 한 달 동안 종목별 누적 공매도 규모는 LG전자가 40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삼성전자(2715억원) 하이닉스(2654억원) 현대차(2651억원) 포스코(1796억원) 삼성중공업(1723억원) 동양제철화학(1657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이나 업종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

실제 이번 주 들어 외국인이 전체 거래의 95%가량을 차지하는 대차잔액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대차잔액은 지난 11일 7억7340만주까지 증가한 후 이번 주 들어 코스피지수가 급반등하자 감소하기 시작해 23일에는 7억5497만주까지 줄었다. 그동안 빌렸던 주식을 갚고 있는 것이다.

백재욱 JP모건 주식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넘자 공매도에 나선 외국인이 서둘러 쇼트커버링성 주문을 냈다"며 "현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던 외국인까지 시장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 주식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는 점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재매입하는 이유로 꼽힌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신용위기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은 아시아 증시에서 입질을 재개하는 양상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 후반부터 대만과 인도에서도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가 간헐적으로 있었다"며 "신흥국 전반에 걸쳐 비중을 줄이던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조적으로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보긴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백 본부장은 "경제 펀더멘털 자체가 바뀐 게 아닌 데다 1~2년 정도는 달러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머징마켓에 대한 외국인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