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아주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증권사다. '36년 흑자 경영' 역사가 말해주듯 내실로 꽉차 있다. 리서치 부문도 시세를 좇기 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읽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소신으로 똘똘 뭉친 증권사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신영증권이 최근 리서치센터에서 내놓은 '기린' 보고서 때문에 큰 낭패를 겪었다. 문제의 보고서는 지난 22일 신영증권이 내놓은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 김모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기린은 경쟁사 대비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 공급 우위를 가질 수 있지만 업계 내 시장점유율이 2000년 이후 큰 변동이 없는 점을 볼 때, 판촉 경쟁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최근 증시에서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기린 인수를 놓고 기린 주가가 연일 치솟는 등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 이 보고서가 일침을 놓은 격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애널리스트가 좀처럼 발표하기 힘든 내용의 보고서라는걸 잘 알 수 있다. 헌데 문제는 하루만에 달라진 김 모 애널리스트가 태도다. 식품업계의 잇딴 M&A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취재중이던 기자는 김 모 애널리스트에게 보고서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전화 인터뷰로 싣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유인즉 보고서를 발표하고 CJ제일제당측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는 것. 더 이상 보고서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돼 시끄럽게 되길 원치 않는다는게 김 모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상장사와 증권사와의 관계를 잘 아는 기자의 입장에서 김 모 애널리스트의 말이 십분 이해가 됐다. 하지만 모처럼 소신있는 보고서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큰 기대를 갖고 전화를 걸었던 기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매도' 의견 보고서를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 실태. 간간이 비집고 나오는 소신있는 보고서 조차도 하루가 지나면 자진 철회되고 마는 현실. '자본시장통합법'이니 '금융강국 코리아'니 온갖 구호가 넘쳐나지만 여전히 종속적이고 자립하지 못한 한국 증권산업의 현주소를 본듯 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김택균기자 tg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