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체질개선 계기 삼아야"
허동수 회장 "한계 뛰어넘는 절약을"
이윤우 부회장 "협력업체도 변화해야"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산업계를 대표하는 수장들이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악재에다 촛불집회 이후 이어지고 있는 노조의 정치파업 위협까지 가세,국가경제의 성장에너지가 식고 있다는 재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허동수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회장 월례메시지'에서 "고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으로 세계경제 전체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고 경제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GS칼텍스는 올 2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허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 1분기에 환차손으로 2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GS칼텍스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상시적인 비상경영 체제를 갖추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허 회장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는 획기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에너지 절감은 위기 극복과 함께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소라는 두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여수공장부터 영업 일선의 주유소까지 적은 양의 에너지라도 절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몽구 회장도 이 같은 위기론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정 회장은 최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08년 상반기 해외지역본부장 회의'에서 "유가 및 원자재값 급등,소비 위축으로 인한 수요감소 등 안팎의 경영환경 악화를 근본적인 기업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위기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고객 우선 경영이 절실하다"며 "예컨대 경영진이 먼저 해외 현지 딜러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은 무엇인지,고객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케팅은 어떤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22일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 체결식에서 "최근 전자업계는 치열한 경쟁과 성장 속도의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성태/김현예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