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광물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폐광됐던 국내 금속광산이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생산성 악화와 노사분규 등으로 길게는 20년 이상 문을 닫았던 금속광산에 대한 경제성이 최근 재평가되면서 국내외 자본의 입질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까지 22개 광산을 재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한 정부와 광업진흥공사도 민간자본 유치에 시동을 걸었다. 향후 국제 광물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투자 의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3년 뒤부터는 국내 폐광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폐광 왜 각광받나

22일 지식경제부와 광진공에 따르면 1980년 등록된 국내 금속광구는 5224개였으나 지난해 말엔 786개로 85%나 감소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말까지 계속된 국제 광물가격의 하향 안정세로 대부분의 광물을 수입해 쓰게 되면서 국내 광산이 대부분 폐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3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등 신흥경제권의 수요가 급증한 데다 투기수요까지 가세,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동 가격은 2003년 t당 1779달러였으나 올해 들어선 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아연 가격도 3배나 폭등했다. 가격 폭등에다 선광ㆍ회수 기술(광석에서 광물을 선별하는 기술) 발전으로 폐광 재개발을 위한 조건이 무르익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인 광산은 5곳이다. 몰리브덴 연 아연 우라늄 중석 등이 매장된 광산으로 경제성을 재평가받으면서 정밀조사와 시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시추탐사에 들어간 경북 울진의 금음광산에서는 올해 518t의 몰리브덴 정광이 생산된다. 1982년 폐광된 이 광산은 광진공과 KMC가 절반씩 투자,폐광을 부활시킨 첫 사례가 됐다. 충북 제천의 GS몰랜드(몰리브덴) 광산과 강원 영월의 상동광산(중석)도 각각 ㈜동원과 캐나다 기업인 OTL이 투자해 시험생산을 앞두고 있다.

◆민자유치로 '폐광 살리기'

폐광 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정부와 광진공도 민자 유치를 통한 '폐광 살리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경부와 광진공은 이를 위해 과거에 운영됐던 금속광산 1884개를 대상으로 해당 광산에 생산할 수 있는 금속의 가격 품위(광석에 포함된 광물분포) 매장량 개발여건 등을 재평가해 이 가운데 50곳을 재개발을 위한 탐사 유망 광산으로 선정했다.

민자유치를 통한 재개발 시범광산으로는 420만t의 아연이 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강원 삼척의 가곡광산이 선정됐다. 정부가 당초 광진공의 독자 개발이 검토됐던 가곡광산 등 유망 폐광산 재개발 방향을 민자유치로 돌린 것은 탐사 시추에 투입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올해 국내 광산에 대한 시추 및 정밀조사에 책정된 예산은 45억원으로 가곡광산 한 곳의 탐사에 필요한 72억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곡광산은 1971년부터 26년간 62만t이 생산된 곳으로 추가 탐사를 벌이면 매장량이 1000만t 이상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연간 5700만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수십년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참여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광 재개발에 투자하겠다는 반응은 폭발적이다. 23일 열리는 투자설명회에는 군인공제회를 비롯해 금융사 대기업 지자체 등의 관계자 130여명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