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베트남 관련 펀드를 개발한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의 IMF 구제금융 가능성 논란에 대해 언급해 주목된다.

오우택 한국투자증권 RM/컴플라이언스 본부장은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국계IB(투자은행)들이 내놓은 베트남 관련 리포트는 지나치게 부정적이라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이런식이라면 일각에서 제기된 IMF 구제금융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외채비율이 높지 않은데다 경제지표들도 우려보다 심각하지 않음에도 불구, 부정적으로만 전망해 베트남의 위기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 본부장은 "베트남 투자가 많지 않은 외국계 IB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베트남 기업 대부분이 사업보고서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해 외국계 IB들이 투자를 주저했으나,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면 국제적 기준으로 투명성이 확보돼 투자가 더 용이해 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여전히 베트남은 유망한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오 본부장은 "국가별로 투자를 하는 경우 해당 국가의 민족성이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베트남은 더운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기후의 브라질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교육열이 높고 개개인의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해 경제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트남 투자는 리스크가 크지만 리턴(기대수익)도 매우 높아 분명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만약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다면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오 본부장은 "국내 증권사들은 임직원의 성과평가와 보상에 대한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고 지적했다.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얼마나 위험한 투자를 해 수익을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RAPM(Risk Adjusted Performance Measurement)을 실험단계 차원에서 도입하고는 있으나, 대부분 기계적으로 전체 수익의 일부분을 보너스로 지급하는 형태여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기 힘든 구조라는 설명이다.

오 본부장은 "외국 IB의 경우 RAPM과 정성평가를 병행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브랜드와 평판을 고려한 투자, 부서간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의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진다"며 "골드만삭스 등 일부 IB는 과거에 임직원들이 회사를 소유하던 형태로 회사와 임직원의 이해가 일치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평가ㆍ보상 시스템이 갖춰지고 나서야 IB업무를 논할 수 있다"면서 최근 증권사들의 '너도나도'식 IB 진출은 아직 멀었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