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투자공식'이 바뀐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엔화환율ㆍ美주가 동조화 깨지고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원유와 곡물 선물상품에 대거 투자됐던 투기자금이 빠져나와 증시로 유입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최근 시장 상황의 급변이 그동안 유지돼 오던 투자공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엔화 가치와 미 S&P500 지수의 동조화(커플링)가 깨지고 있다.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 사이의 상관관계도 예전보다 덜해졌다. WSJ는 '국제유가 강세-미 금융주 약세' 흐름이 '국제유가 약세-미 금융주 반등'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달러와 유가 간 상관관계 낮아져
달러 가치 하락과 고유가 간 상관 관계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로 인해 예상되는 인플레를 회피하기 위해 석유와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유가 버블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 같은 경향은 깨지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서부텍사스원유(WTI)와 유로·달러 환율에 대한 주간 투자수익률 상관관계를 추적한 골드만삭스의 젠스 노르드빅 통화 전략가는 "지난 2월 0.65였던 상관관계가 현재는 0.48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상관관계는 1에 가까울수록 서로 같은 방향으로,0에 가까울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의미한다. 지난 15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약달러가 고유가에 기여했으나 정확한 영향력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엔화와 S&P500 지수 동조화도 깨져 일본 엔화 환율과 S&P500지수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엔화 환율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 투자자들은 초저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게 되고,반대로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엔화 환율은 올라가고(엔화 가치는 약세) S&P지수도 오르며,반대로 청산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 엔화 환율은 떨어지고 (엔화 가치는 강세) S&P지수도 하락하게 된다는 패턴이 성립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이런 연관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브랜트 도넬리 통화 트레이더는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내다팔고 엔화를 사는 전략을 자동적으로 추종하는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주와 유가는 반대 방향으로
미 금융주와 에너지 가격은 요즘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로 원자재 붐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석유 등 관련 상품에 광적으로 투자했다. 반면 미 신용위기로 40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금융주에 대해선 추락한다는 데 베팅했다. 결과적으로 시장흐름에 편승한 '모멘텀' 투자자들은 막대한 수익률을 올린 반면 내재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노리는 '가치 투자자'들은 고공행진하는 유가 관련주를 회피하고 금융주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그런 처지가 지난주부터 뒤바뀌었다. 유가가 폭락한 반면 금융주는 급반등의 날개를 달았다. 지난 16일과 17일의 경우 금융주 중심으로 구성된 미 러셀1000지수 구성종목 100개사 중 96개사가 상승,시가총액이 1859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유가는 11% 급락했다. 석유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방향을 선회해 금융주로 다시 쏠렸기 때문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달러와 유가 간 상관관계 낮아져
달러 가치 하락과 고유가 간 상관 관계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로 인해 예상되는 인플레를 회피하기 위해 석유와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유가 버블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 같은 경향은 깨지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서부텍사스원유(WTI)와 유로·달러 환율에 대한 주간 투자수익률 상관관계를 추적한 골드만삭스의 젠스 노르드빅 통화 전략가는 "지난 2월 0.65였던 상관관계가 현재는 0.48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상관관계는 1에 가까울수록 서로 같은 방향으로,0에 가까울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의미한다. 지난 15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약달러가 고유가에 기여했으나 정확한 영향력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엔화와 S&P500 지수 동조화도 깨져 일본 엔화 환율과 S&P500지수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엔화 환율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 투자자들은 초저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게 되고,반대로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엔화 환율은 올라가고(엔화 가치는 약세) S&P지수도 오르며,반대로 청산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 엔화 환율은 떨어지고 (엔화 가치는 강세) S&P지수도 하락하게 된다는 패턴이 성립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이런 연관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브랜트 도넬리 통화 트레이더는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내다팔고 엔화를 사는 전략을 자동적으로 추종하는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주와 유가는 반대 방향으로
미 금융주와 에너지 가격은 요즘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로 원자재 붐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석유 등 관련 상품에 광적으로 투자했다. 반면 미 신용위기로 40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금융주에 대해선 추락한다는 데 베팅했다. 결과적으로 시장흐름에 편승한 '모멘텀' 투자자들은 막대한 수익률을 올린 반면 내재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노리는 '가치 투자자'들은 고공행진하는 유가 관련주를 회피하고 금융주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그런 처지가 지난주부터 뒤바뀌었다. 유가가 폭락한 반면 금융주는 급반등의 날개를 달았다. 지난 16일과 17일의 경우 금융주 중심으로 구성된 미 러셀1000지수 구성종목 100개사 중 96개사가 상승,시가총액이 1859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유가는 11% 급락했다. 석유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방향을 선회해 금융주로 다시 쏠렸기 때문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