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가 지난 2분기에 46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내며 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적자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웰스파고와 JP모건체이스의 실적 호조로 주춤했던 시장 불안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메릴린치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끝난 뒤 "2분기 중 97억달러의 부실 자산을 상각해 46억5000만달러(주당 4.97달러)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메릴린치는 작년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4분기 동안의 누적적자는 무려 185억8400만달러에 달한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2분기에는 21억4000만달러(주당 2.24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월가에서는 당초 메릴린치가 2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얼마 전 주당 1.91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메릴린치의 실제 적자폭은 이와 비교해 엄청나게 큰 것이다. 특히 자산상각 규모가 월가 예상치(50억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메릴린치는 작년 3분기 이후 400억달러가량의 자산을 상각했다.

메릴린치가 이처럼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자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곧바로 메릴린치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한 계단 낮췄다. 무디스는 또 리먼브러더스의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내리고,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주에 대한 불안심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엔 웰스파고가,17일엔 JP모건체이스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는 연이틀 급등했다. JP모건체이스의 2분기 순이익은 20억달러(주당 54센트)로 전년 동기보다 52% 급감했지만 월가 예상치인 주당 44센트는 훨씬 웃돌았다. 매출도 작년 동기보다 3.0% 줄어든 184억달러에 그쳤으나 월가 전망치인 166억달러를 넘어섰다.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위기의 끝자락이 보인다"는 다소 성급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실적을 공개할 뱅크오브아메리카 워싱턴뮤추얼 와코비아은행 등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