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22.코오롱)가 목에건 금메달은 수치상으로 한개의 금메달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상징적인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자체보다도 지난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우승을 차지한 '한민족의 한'을 56년만에,그것도 일본선수를 통쾌하게 제치고 깨끗이 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영조를 올림픽 우승자로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92년 8월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코스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난코스였다. 30㎞ 지나면서 나타나는 '몬주익 언덕'에서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달리는 차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나 함께 달린 일본의 모리시다 선수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이겨야 한다. 일본을 이겨야 우리의 한을 풀 수 있다.' 20세가 갓 넘은 젊은 청년 황영조는 되뇌었다.

결국 그는 아무리 지쳐도 내리막에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내리막에서 모리시다를 따돌리며 2시간13분23초로 골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랑스런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1위로 골인한 것이 너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이 영광을 한국민 모두에게 드립니다"

황영조는 금메달시상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쁨에 겨운듯 떨리는 목소리로 우승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어떤 각오로 경기에 임했나.

"나를 위해 불공을 드리며 생활하시는 어머님과 그동안 성원해준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필승의 각오로 임했다"

-경기에 들어가기전 세워둔 작전은 어떤 것이었나.

"이번대회에는 세계적인 선수가 모두 출전해 섣불리 뛰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갖고있었다. 35 지점까지 착실하게 달리고 이후 언덕배기에서 막판스퍼트를 한다는 작전으로 침착하게 경기에 몰두했다"

-언제부터 우승을 확신했가.

"35km 를 지나면서 일본의 모리시타선수와 단둘이 선두를 달릴때 확신했다. 당초에는 과연 내가 금메달을 딸수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 지점에서 일본선수가 자꾸 내 눈치를 보았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스퍼트했더니 그가 따라오지 못했다"

-이번 코스에 대비해 어떤 훈련을 해왔나.

"주로 언덕이있는 난코스와 이번코스에 적합한 훈련장소를 채택,열심히 연습해왔다. 코스가 바뀌었지만 당초의 예정코스보다 편한 코스여서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 개인목표였던 2시간8분벽돌파는 지난 2월에 이미 이루어졌고 바르셀로나올림픽금메달도 차지했다. 앞으로는 그간 단점으로 지적돼왔던 스피드훈련을 더 보강,내년 로테르담과 보스턴세계대회에 출전,세계신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

황영조는 삼척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황길수씨(50)와 해녀인 어머니 이만자씨(53)의 2남2녀중 장남이다.

황영조는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않고 일기를 쓸정도로 철저하고 빈틈없는 성격으로 주위에 정평이 나있다.

한편, 황영조는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팀의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강원대학교에서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