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로 번진 경기 둔화 현상이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34만4천704달러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6.3% 하락했고 5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한해 전에 비해 63% 급감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올 회계연도의 예상 실질 성장률을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인 1.2%로 하향 조정한 반면 근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997년 이후 최고치인 1.8%로 높였다.

영국 뿐 아니라 스페인과 아일랜드도 부동산 가격 하락에서 유발된 경기 침체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고 독일 자동차업계는 낮아지는 달러화 가치와 상승 일로인 유로화 가치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 러시아는 올해에도 8%대의 경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인 것은 물론 소비 지출도 올들어 지금까지 이미 13% 증가했다.

케냐 나이로비 주식시장은 이동통신업체 사파리컴의 신규 기업공개 등에 힘입어 세계 주요 증시에서 불던 찬바람과 무관하게 2.4분기에 10%대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1년 아르헨티나발 금융위기 때 부자 나라들이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다른 부국들, 특히 유럽의 선진국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신용 위기로 인해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럽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발도상국들이 전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반면 신흥 국가들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비켜가지는 못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 경제가 동시에 침체 상태에 빠지거나 미국의 신용 경색이 더 악화되면 신흥 국가들이 받을 압력도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신흥 부국인 인도와 중국에서는 이미 동반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도 정보기술(IT)업계에는 고용인원 감소 같은 한파가 불기 시작했고, 인도의 지난 5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작년 같은달의 6%에 크게 못미치는 3.3%였다.

중국 동부 해안지역의 중소기업들 중 대부분은 위안화의 지속적인 가치 상승으로 인해 15%대였던 이익률이 3%대로 떨어지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우 급격하고 추가적인 경기 하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황이 중국 당국에서 원하는 경기 과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견해도 제기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