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구제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 최대 저축ㆍ대부(S&L)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이 대규모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대형 지방은행들도 연쇄 파산설에 휩싸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선 지방은행과 저축대부조합 주식이 대거 폭락했다. S&P500지수에 속한 89개의 금융주는 평균 6.1% 폭락했다. 2000년 4월 이후 8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워싱턴뮤추얼은 하루새 35% 가까이 주저앉았다. 비교적 큰 지방은행으로 꼽히는 내셔널시티뱅크 15%,자이온스 뱅코프 23%,퍼스트 호라이즌 내셔널코프 25%,키코프 11% 급락하는 등 지방은행의 하락폭이 특히 컸다.

투자자들은 국책 모기지회사에 대한 구제책보다는 지난 11일 영업정지를 당한 인디맥뱅크에 더 주목했다. 어떻게 보면 모기지 시장을 떠 받치고 있는 국책 모기지회사에 대한 구제책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반면 인디맥뱅크의 영업정지는 일반 상업은행이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나타낸다. 이제 일시적으로 자금을 구할 수 없는 ‘유동성의 위기’가 아니라 손실누적에 따른‘지급불능의 위기’가 분명해진 탓이다.

베어스턴스와 인디맥뱅크를 이을다음 타자론 워싱턴뮤추얼이 꼽혔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날 “워싱턴뮤추얼이 손실 증가로 인해 올해 260억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만한 수준의 적자는 워싱턴뮤추얼의 감당범위를 넘어선다.

워싱턴뮤추얼이 부랴부랴 “400억 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등 아무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베어스턴스와 인디맥뱅크의 학습경험은 이를 쉽게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두 회사처럼 ‘지급불능 우려 제기→회사 측의 이상없다는 반응→자금인출 사태→매각이나 영업정지’라는 악순환을 거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경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에 국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긴급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날 금융시장을 정상화하는 게 FRB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금융위원회의 상반기 경제 증언에서 경기 하강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어 금리정책 방향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25일 금리동결을 결정한 FOMC(공개시장위원회) 성명서에서 밝힌“경기 하강 위험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언급을 이번에 포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인플레 경고에 대한 발언은 그대로 유지,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심각함을 각인시켰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