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은 이날 개장하자마자 단숨에 코스피지수 1500선이 붕괴된 상황에서 1000억원이 넘는 매수세를 유입시키며 장세를 상승세로 반전시켰다.
전문가들은 "1500 이하에서는 충분히 살 만하다"고 판단한 연기금이 적극 '사자'에 나서면서 연이은 주가 급락으로 공포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진정시키고 있다며 이들의 매수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나서며 장세 활기
연기금은 전날 밤 뉴욕 증시가 2% 넘게 급락한 탓에 코스피지수가 개장 직후 24포인트가량 추락하자 곧바로 주식 매수를 시작했다.
연기금의 가세로 투자심리가 호전되며 '팔자'에 주력하던 개인투자자들도 오후 들어 400억원 안팎의 매수세를 유입시켰다. 또 연기금의 매수는 외국인의 선물 대량 매수와 맞물리며 장 막판 5000억원대의 대규모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입시켰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3143억원어치를 매수,급락장에서 하루 평균 400억원어치 이상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의 이날 매수 규모는 100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사모펀드 매수분으로 분류된 114억원도 대부분 연기금 자금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천삼 증권선물거래소 팀장은 "사모펀드로 분류되는 자금은 출처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연기금 집행 자금이 사모펀드로 잡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이날 6개 사모펀드를 동원해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500억원짜리 중소형주펀드 3개,700억원짜리 성장형펀드 3개 등 지난달 24일 설정한 6개 펀드(3600억원 규모)에서 운용을 위탁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주식을 샀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미래에셋증권 많이 매수
연기금은 주가 하락폭이 컸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날 포스코를 132억원 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에 올렸다. 낙폭이 컸던 미래에셋증권이 97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최근 급락장을 주도했던 건설주도 대거 쇼핑 목록에 포함됐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순매수 3~4위에,삼성물산(58억원) 대림산업(34억원) 등도 매수 상위에 올랐다. 삼성증권 신한지주 LG화학 대한항공 등도 주요 순매수 종목이었다.
이달 순매수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포스코 신한지주 현대차 한전 KT 등 대형 우량주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낙폭이 컸던 중형 옐로칩에도 만만찮은 매수세를 유입시켜 강원랜드는 181억원으로 중소형주 중 매수금액이 가장 많았다. 기아차(179억원) 현대백화점(145억원) 현대건설(135억원) 고려아연(101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저가 매수에 나선 연기금의 매매 동향을 잘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며 "연기금은 속성상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낙폭이 컸던 종목 중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곳에 우선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기금의 매수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매입을 독려한다고 하지만 자금 집행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정도"라며 "연기금 매수세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매 동향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이날 "새로 설정한 6개 중소형주펀드의 매수를 거의 마무리지었다"고 설명했다.
백광엽/김재후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