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가 약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물가 급등이 계속되고 있다.

시중 유동성도 여전히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물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확산되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생산자물가 급등

9일 한은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5% 상승했다.

1998년 11월(10.9%)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생산자물가는 올 들어 끊임없이 오르고 있다.

특히 한은이 이번에 발표한 생산자물가는 통계 작성 기준연도가 종전 2000년에서 2005년으로 바뀐 데 따른 것이다.

종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6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2.5%가량으로 추정된다.

부문별 물가 상승률을 보면 공산품이 15.2% 올라 1998년 7월(15.8%) 이후 가장 높았다.

전력.수도.가스요금도 4.4% 뛰어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비스물가는 2.3% 올랐다.

농림수산품만 출하량 증가 덕분에 소폭(1.2%) 하락했다.

생산자물가가 뛰면서 지난달 5.5%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도 상당기간 상승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다.

◆유동성 넘쳐

물가가 뛰는 가운데 시중 유동성도 넘쳐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5월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광의통화(M2)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평잔 기준)은 15.8%로 1999년 6월(16.1%)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M2는 시중유동성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이처럼 시중 유동성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데다 2년 미만 정기예.적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수익증권에 돈이 계속 몰린 탓이다.

이 같은 추세는 6월에도 지속되고 있다.

6월 중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3조1000억원,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7조6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마이너스대출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며 "6월 M2 증가율 역시 15% 안팎의 높은 수준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 '금리 고민'

물가가 뛰고 유동성이 넘치면서 10일 금통위를 앞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물가 불안이 계속되면서 외국계 투자은행(IB) 등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도 크다는 점에서다.

경기 하강 압력이 강한 데다 최근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물가 상승 압력만 놓고 보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경기 하강 압력 때문에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며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