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고환율로 증시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株들이 최근 약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환율방어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상 환율이 강세로 전환되기는 힘든 만큼 하반기에도 환율수혜는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6만8500원에서 5월 16일 9만1400원까지 치솟으며 상반기 증권시장을 견인했던 대표적 수출株 현대차의 경우 이날 장중 한 때 7만원대가 붕괴되는 등 5월 최고가 대비 23.3%가 빠졌다.

연초 55만6000원이던 IT주의 선두주자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월 76만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현재는 60만원대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반도체주 하이닉스도 상반기 2만4850원에서 2만7750원으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면서 시장을 주도했지만 현재 2만2250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상반기 자동차와 IT업종은 새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격경쟁력 회복에 따른 수출호조세로 재미를 봤었다.

그러나 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물가압력으로 환율방어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실제 8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 영향으로 1020원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전날 구두개입에 나섰던 당국이 이날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대규모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환율이 급락할 경우 그동안 수출株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가격경쟁력이 사라져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환율로 상쇄해온 측면이 강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용대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환율방어 정책이 원화를 강세로 돌리자는 것이 아니라 물가안정을 위해 완만하게 유지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자동차株들 역시 고유가로 국내외 판매가 위축되는 것은 부정적이지만 환율이 1000원대에서 움직일 경우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환율 방어에도 불구하고 대외 여건상 원화약세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발상 자체가 경제에는 도움이 안되는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미국이 빠르면 9월께 금리인상을 단행해 달러화가 강세 기조로 바뀔수도 있어 원화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원화 약세가 수출기업에 실제 도움이 됐는지는 2분기 실적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원가압력이 거셌기 때문에 실제 환율효과와도 충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